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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영광을 돌리는 방식(박은선, 베네딕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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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성가(聖歌)를 유독 좋아하셨습니다. 오랜 세월을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살며 ‘작은 집’에서 주님을 정성껏 섬겨오시면서도, ‘큰 집’인 가톨릭 성가의 아름답고 웅장한 선율에 때로는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고 경외에 찬 표정으로 말씀하셨죠.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창조주에게 영광을 돌리려고 인류가 정성을 다해 만든 소리잖아? 그 노력과 아름다움이 주님은 살아계신다는 증거 그 자체인 것 같아.”

어린 시절 들었던 어머니의 그 한마디는 참 오래도록 유독 강렬한 기억이 되어 내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큰 집’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 되겠노라 결의를 다진 것에 무의식적인 큰 뿌리를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두를 통해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개신교 신앙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 홀로 가톨릭으로 개종한 ‘돌연변이’입니다. 모태신앙으로 종교가 생활 안에 녹아 있는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신의 뜻과 믿음이라는 난제에 의문과 회의감을 품고 긴 시간을 방황한 끝에 가톨릭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이가 되겠노라 마음먹었습니다. 세속의 눈으로 볼 때는 별 볼 일 없는 사생활이겠지만 그조차도 한 인간의 근원을 바꾸는 일이었기에 그 자체로 저에게는 큰 사건이었죠. 조심스럽게 개종의 의사를 밝혔을 때, 누구보다도 개신교 신앙이 공고했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네가 주님께 가장 큰 영광을 돌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지.”

개신교의 찬송가와는 조금 다르지만, 긴 역사 속에서 빚어진 아름다운 성가의 음률로 주님을 찬미하는 이들을 존중하던 어머니처럼 아버지도 당신과 조금 다른 길에서 전능하신 삼위일체를 섬기기로 한 저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무사히 가톨릭의 세례를 받았고, 그 안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시며 세상을 돌보셨던 주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역량이 닿는 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께 영광을 돌린다’라는 지극히 종교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에는 참 많은 해석이 따라붙습니다. 누군가는 물질이 선행되어야만 그 영광을 온전히 하늘로 보낼 수 있다 말하고, 누군가는 하늘이 주신 재능을 종교적인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뽐내는 것이 참된 영광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정해진 규격, 정해진 형식 안에서 행해지는 것만이 주님을 복되게 하는 유일한 것이라는 강성한 의견을 보이는 이도 있습니다. 그 어느 쪽도 결국 정답은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일 테죠.

하지만 저는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법들은 사실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순간들 속에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가 다른 종교의 형식을 존중함으로써 주님의 사람들을 기리는 것으로 그들을 만드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아버지가 저의 개종을 인정하고 사랑으로 태어난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이 걸어갈 믿음의 길을 응원하는 것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렸듯이.

믿음 생활을 이어 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형제자매님들을 많이 목도합니다. 반드시 거창하고 유형적인 방법으로만 주님을 영광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느님은 우리를 만드실 때에 당신의 형상을 바탕으로 빚어내셨습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 안에는 각자의 주님이 살아 숨 쉬고 계신다는 말이겠지요. 그런 우리가 가장 편안하고 꾸준한 방법으로 매 순간에 감사하고, 타인을 품고, 지혜롭고자 한다면 이미 그 자체로 하느님에게 가장 큰 영광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박은선 베네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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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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