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쉐이 쿨렌(Shay Cullen, 사진) 신부가 사제의 아동 성학대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와 교회를 비판했다.
쿨렌 신부는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에 기고한 ‘필리핀 교회는 피해 아동 편에 서야 한다’는 제하의 글에서 “필리핀은 성학대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거나, 가해 신부들에게 책임을 물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나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도 미국 메릴랜드주 사법부가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과거 60년간의 사제 성학대 범죄 사실을 밝혀내고, 그 결과에 대해 볼티모어대교구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한 일을 거론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쿨렌 신부(80)는 1969년부터 줄곧 필리핀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활동에 전념해온 선교사다. 쿨렌 신부는 “피해 아동들은 성학대를 당했다는 낙인이 찍힌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다”며 “그들에게는 도와줄 착한 사마리아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대응을 신랄한 어조로 질타했다.
그는 “필리핀에 약 1만 명의 사제가 있지만, 지난 53년 동안 신부가 동료 신부의 아동 학대를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주교는 가해 신부를 소아성애증 치료 명분으로 피정의 집이나 치료시설에 숨긴다”며 “하지만 그런 보호는 정의를 부정하고 범죄를 방조하는 행위이기에 그 자체가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주교가 성학대 사건에 연루된 신부를 ‘아들’이라고 부른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성탄절 무렵 “그들(일부 주교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무한한 친절, 흠잡을 데 없는 활동성, 천사 같은 얼굴 뒤로 무고한 영혼을 집어삼키려는 사악한 늑대를 숨긴다”고 지적한 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교회 내부의 정화 노력보다는 사제 성학대 사건을 엄정하게 다루기 시작한 사법부에 더 희망을 걸었다. 그는 최근 성학대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거나 형을 선고받은 신부들 실명을 열거한 뒤 “정의를 통해 피해 아동을 치유하려는 사법 당국의 변화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그는 또 “나자렛 예수에 대한 신앙은 교리와 전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신앙은 선과 진리, 이웃 사랑이 악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둬야 한다”며 쇄신 노력과 피해 아동 지원을 교회에 촉구했다. 또 필리핀 국민들을 향해 “더럽혀진 것을 정화하면서 아동의 권리와 정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