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른바 죽음을 돕는 ‘조력 존엄사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2년 6월 국회가 발의한 ‘조력 존엄사법’은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락사 행위로, 교회는 어떤 의도든 생명을 중단하는 행위를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할 수 없음을 다시금 천명했다.

어떠한 가치도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나아가 인간은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인 생명을 꺼뜨릴 어떠한 권리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살인과 자살이라는 반생명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인간이 이웃을 위하고자 애쓰고, 어려움을 겪는 나라와 지역을 돕고자 나서는 것도 모두 생명을 위한 본능적인 사랑의 행위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희종 주교는 제13차 생명 주일 담화에서 “질병과 고통을 겪는 생명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그 무엇보다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생명”이라며 “만일 안락사나 조력 자살이 법제화된다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죽음을 강요받는 상황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하물며 질병과 경제적 빈곤, 심리적 비관도 어둠을 몰아올진대, 태아와 각자 자신의 삶, 그리고 고통을 겪는 이의 어려움을 덜고자 선택하는 것이 죽음이라니. 생명은 곧 주님이고, 그것을 이어받은 우리는 또 아름다운 생명을 잉태한다. 어떠한 부모도 자녀가 고통받을 세상을 선물로 주지 않으며, 모든 생명은 자유롭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서 주님이 주신 빛을 짓밟을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귀하며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은 생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