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요한 사도(보도제작팀 기자)
갯벌로 들어서자 물새들 무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곳곳엔 포유류 발자국이 가득했다. 잠시 쉬다 간 동물들이 남긴 배설물 흔적도 눈에 띄었다. 물이 나고 드는 생명력 넘치는 이곳. 그 누가 이 풍경을 보고 “갯벌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전북 군산에 위치한 수라갯벌이 신공항 건설 움직임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이 일대에 남은 원형 갯벌은 수라갯벌이 유일하다. 신공항 예정지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에는 이미 군산공항이 자리 잡고 있지만, 갯벌을 메워 새로운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 갯벌과 연안습지는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으로 꼽힌다. 정부가 갯벌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만금은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과도한 공항 건설은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수라갯벌을 지키는 이들은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고려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취소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송에서는 수라갯벌을 갯벌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새만금 매립지 안에 속해 있는 수라갯벌은 더 이상 갯벌이 아니라는 관점과 여전히 갯벌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곳이 갯벌인지 아닌지는 현장을 찾아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갯벌은 물이 들고 나는 ‘조석’이 발생하는 지역을 말한다. 바닷물이 오갈 뿐 아니라 40여 종의 법정 보호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수라갯벌은 스스로 “살아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듯하다.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새만금에서 또 한 번 충돌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수라갯벌은 여전히 숨을 쉬고 수많은 생명을 위해 품을 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