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신부(cpbc 보도주간)
영화의 시작부터 결론이 너무 궁금해 결말을 먼저 본 적이 있었다. 스스로 일명 ‘스포일러’를 한 것이다. 그런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기 시작하면 결말을 향해가는 도중에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비밀들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물론 결말에 이루어질 대반전의 재미는 느낄 순 없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감독과 배우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들이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영화는 결론을 알고 싶으면 미리 알 수 있지만, 세상사는 그렇지 않다. 무수히 많은 변수로 인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결국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 있을 뿐이다. 물론 인간의 노력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뜻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음을 아는 순간 사람은 성숙한다. 더 너그러워진달까. 실수 앞에서도 의연해질 수 있다. 반대로 영화가 아닌데도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결말이 뻔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그렇다.
출산율 0.78명은 지금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한 단어이다. 0.78이라는 숫자에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녹아있다. 성장제일주의,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수없이 많은 갈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가 있다. 생년이 같은 동갑을 늘릴 수도 없으니 작년 출생자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미래는 걱정이다.
안타까운 건 과거에 오늘 이렇게 될지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하염없이 떨어질 뿐이다. 문제의 원인 파악에 실패한 것을 깨달으면, 되돌아가서 다시 출발하면 좋으련만 이제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지도 못하겠다.
한국천주교회의 2022년 성적표가 나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2’를 펴냈다. 교적을 바탕으로 조사된 바로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총인구는 감소하는 와중에도 천주교 신자는 늘었다. 대한민국 총인구 대비 11.3. 거리에서 만나는 10명 중 1명은 천주교 신자라는 것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코로나 발생 이전(2019년)과 비교하면 대부분이 감소했다. 전체 신자 대비 주일 미사 참여자는 11.8로 조사되었다. 2019년의 64.7 수준이다. 즉 2019년에 100명이 주일미사에 참여했다면 지금은 64명만 참여한다는 것이다. 다만 작년과 비교하면 3 증가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 통계는 아프다. 유아세례자 수는 2019년 대비 67 수준이다. 2019년에 한 본당에서 10명이 유아세례를 받았다면 지금은 6명만 유아세례를 받는다. 문제는 추세다. 2019년에도 보였던 감소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초등부의 회복세가 어렵다고 하니, 초등부를 바탕으로 밀어 올라가는 구조인 주일학교의 내일이 걱정이다. 증가한 것도 있다. 임종 세례가 늘었다. 전년(2021년) 대비 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다.
원인은 무엇일까. ‘코로나19’라는 단어 안에 모든 이유를 밀어 넣으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으니 ‘성장’의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저출산 고령화라는 구조적 원인을 가리키며 나라님들 탓하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우리 안의 문제는 없냐는 말이다.
과거에 비해 교세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종교를 필요로 한다. 작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답변은 76를 차지했다. 세상은 변해도 종교의 자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 자리를 발견해야 한다. 지금 가톨릭교회는 그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시노드를 진행 중이다. 시노드를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