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명대사는 실화에서 비롯됐다. 박찬욱 감독은 무명 시절 시나리오를 매번 거절당할 때 한 지인이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면 안 돼”라며 이러쿵저러쿵 충고하기에 이야기했다고 한다. “너나 잘하세요.”
나이나 연륜이 많다는 이유로 묻지도 않았는데 참견과 지적이 이뤄지는 관계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다. 청소년 사목 방향을 찾고자 열린 ‘지쳐가는 청소년 사목의 EXODUS’ 심포지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청소년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그들의 삶과 의견, 경험이 존중받아야 하고, 어리다는 등의 연유로 존재나 목소리가 무시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주체로서 자유롭게 이야기, 행동할 수 있고,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새로운 공동체 활성화 방안도 찾을 수 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5월 1~5일 방한한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할리크 몬시뇰은 청년들과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별 도덕·윤리적 민감성에 차이가 크고, 관심사도 다르기에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몰락 후 30여 년간 청년들에게 세례를 준 그가 한 일도 함께 머물고, 있는 그대로 용인한 것이었다. 청년들에게 무언가 요구하거나, 조용하게 하거나 바꾸려 할 필요가 없다고 할리크 몬시뇰은 설명했다.
청년·청소년 사목, 세대 간 갈등 고민, 다양성이 더한 세계화 시대에 할리크 몬시뇰은 마음에 집중하며 새길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 이런 걸 하지 않고 또 한 번 침묵·묵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소영 아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