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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성소 주일과 원두막 / 신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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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성소 주일 행사에 갓등중창단OB가 초대됐다. 신학생들과 부모님들, 어린이와 청소년, 예비 성소자와 교리교사들이 모두 모여 교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갓등중창단OB의 찬미에 해맑게 소리를 지르는 청소년들,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신부님과 어른들의 모습을 보니 큰 행복이 느껴졌다.

나의 고향은 경기도 부천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포도 농사를 지었고 나는 학교를 마치고 나면 농사를 도와드리고 막걸리와 소주를 날라드리곤 했다. 막걸리 맛이 궁금해 홀짝 홀짝 마시다가 잠이 들어 세 네 시간이 훌쩍 흘러 혼나기도 했던 어린 시절. 때로는 그곳에서 기타를 치며 친구들과 노래도 하고 비오는 날에는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들었던 정겨운 소리들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개구리 우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냇가에 흐르는 물소리는 평화로웠지만 밤이 되면 내게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먼저 성당에 다니던 형이 나를 성당으로 이끌었고 그 평화의 주인이 주님임을 깨닫게 됐다. 그때를 기억하며 만든 곡이 갓등중창단 1집에 실린 ‘원두막’이다.

‘와! 성소 주일이다! 걸릴까 아슬아슬 즐겨 떨던 포도밭 소리. 그러다 잡혀도 웃어주던 할배의 맘보, 훈훈한 인정에 고개 숙여 울던 우리들. 지난날 잊지 못할 그 자리에 원두막 사랑’ (갓등중창단 1집)

어른들에게 걸릴까봐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친구들과 포도 서리를 했던 시절, 그러다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 때론 웃어 넘겨주셨던 어른들. 성소 주일을 보내며 만남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기게 됐다.

며칠 전 갓등중창단 신부님들과 우리의 소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투쟁의 시대이다. 지금은 지키는 시대가 아니라 다시 획득해야 되는 시대라는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어린이, 젊은이,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활기를 주기 위해서 우리의 찬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했다. 아직은 쉴 때가 아니고 땅을 일궈야 한다고, 씨를 뿌려야 한다고, 죽을 때까지 찬양과 나눔과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2001년 찬양사도 봉헌예식도 내겐 의미 있는 날 중 하나다. 부천지역 10여 개 본당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부천체육관에서 열렸던 행사. 찬양 사도들의 앨범을 예물로 올리고 많은 신자들의 축복을 받았던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찬양사도의 길을 걸어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어린 시절 원두막에서 느꼈던 빗소리, 음식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모습, 찬양 사도들의 부족하고 어리숙한 모습에도 축복해 주었던 은인들, 성소 주일을 보내며 고마웠던 순간이 더욱 깊이 새겨졌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험난한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음과 말씀과 축복과 찬양을 주셨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포도송이는 싱그럽게 익어가지만 우리를 용서하며 웃어주던 할아버지의 그 마음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영원히 남아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경험했던 할아버지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자비를 주시는 게 아닐까? 이번 성소 주일을 통해서 깨닫고 그분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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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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