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신학위원회(OTC)는 5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아시아 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전문 신학위원들과 신학적 전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신학위원회 주교위원) 대주교와 인도네시아의 아드리아누스 수나르코(신학위원회 위원장) 주교의 기조 강연에 이어 신학위원들의 질의응답과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정순택 대주교는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목적, 신학적 주제를 언급했다. 정 대주교는 아시아에서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이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사목적 배려와 사회 통합을 향한 노력을 언급하면서 “아시아 백성들의 이주와 통합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목적, 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었으며, 교회는 이주민에 대한 사목적, 영성적 배려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태 위기 속에서 아시아 교회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부정적 풍조에 대한 아시아 교회의 대응에 관해선 더욱 힘줘 말했다. 정 대주교는 “근본주의적 성향의 신흥(유사)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가톨릭교회에 파고들고, 무신론적 성향의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상대주의 가치관과 세속주의, 물신주의적인 사회 풍조로 많은 이가 방황과 혼란에 빠져 신앙을 잃고 교회를 등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 더욱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대주교는 “아시아 신학의 첫걸음은 대화와 선포에 있다”며 “다양한 문화, 종교, 그리고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시아 백성들과의 삼중 대화에 임하고, 이를 통해 체험한 바를 신학적, 사목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거듭 제안했다. 아울러 “아시아 대륙의 복합적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체험, 그 안에서 교회의 실재와 사명에 대한 성령론적 차원의 식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작업을 예수님 사건과 그 신비와 연결해 해석하는 그리스도론적 차원의 성찰과 선포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아드리아누스 수나르코 주교는 독일의 시노드 방식에 대한 논평들을 비롯해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FABC 50주년 기념총회에서 소개된 아시아 상황에 따른 선교 신학 등을 소개하며 기조 강연을 이어갔다.
수나르코 주교는 “우리는 거룩한 성전과 성경에 의지해야만 한다”며 “이것이 일차적으로 하느님 말씀의 거룩한 유산을 구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거룩한 교도권은 하느님 말씀의 유산을 성령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하느님의 현존과 성령을 발견하고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나르코 주교는 이와 함께 “아무리 고귀한 사명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그들을 교회 구성원으로 만들겠다는 자기중심적인 선교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며 “무조건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사랑인 아가페적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할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선교의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신학위원회는 1~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2023 정례회의를 개최했다. 서울에서 개최된 이번 정례회의에는 주교위원과 전문신학위원 등 20여 명이 참여하며 각국 주교회의를 대표한 신학자들이 다양한 신학적 전망과 과제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