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늘려서 장애인 고용률 올린다?
고용노동부가 오늘(14일)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대기업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등 자회사 설립을 통한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해 관련법의 규제를 완화하고, 장애인 출퇴근 비용 지원확대, 고용 컨설팅 실시 및 지원 확대 등입니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에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특례를 신설해 공정거래법상 공동출자 제한의 예외를 허용해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공동출자한 표준사업장 설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장애인에 적합한 생산?편의?부대시설을 갖추고, 장애인 및 중중장애인을 일정비율 이상 고용한 사업장을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고 합니다.
2022년 말 기준 622개소 표준사업장에 1만 4천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입니다.
또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이 제도적으로 어려운 금융회사, 의료법인과 관련된 개선방안 역시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마련할 계획입니다.
일반 표준사업장 내 중증장애인 고용 창출?유지를 위해 연계고용 적용 대상도 국가?지자체?교육청으로 확대?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의무 사업체가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과 1년 이상 도급계약 시 부담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걸 연계고용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채용을 전제로 한 장애인 직업훈련 부담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고용기여 인정제도 도입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2025년까지 고용률(3.1)미만인 500인 이상 공공부분에 고용컨설팅을 집중 제공하고, IT?디지털 등 미래유망 분야 신규 직무개발을 확대해 2027년까지 약 360개 직무를 기업현장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법정 의무고용률 미준수 기관의 명단공표 대상을 확대하고, 맞춤 훈련센터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전문 상담인력인 ‘잡 컨설턴트’ 신설뿐만 아니라 발달?정신?고령 장애인 대상 특화서비스 역시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장애인 출퇴근 비용지원을 현재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자에서 기초?차상위 중증장애인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체계 및 근로지원인 서비스 질도 제고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 안에 대해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미봉책만 늘었고, 패러다임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고용대책을 보면) 고용분야에 컨설팅 좀 해준다고 하는 것이라 없는 것 보단 낫지만 기존에 있던 정책의 연장이라 획기적인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자회사 표준사업장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서 거기에 장애인을 잔뜩 고용하면 의무 고용률을 지킨 것으로 본다라는 것”이라며 “이것은 장애인들만 (한 사업장에) 몰아서 고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적으로도 그렇고 실질적으로도 기업들이 자회사인 표준사업장을 많이 만들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 김영웅 원장도 “장애인 고용확대는 ‘장애인만 위한 사업체, 직군, 직업’의 확대가 아니라, 보통의 고용시장에서 비장애인과 차이가 없는,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며 “장애인고용률 해소를 위한 자회사 만드는 길을 더 원활히 열어준다는 건 다시 말해 기존 기업 내 일자리에서 비장애인의 자리는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원장은 “장애인 고용정책 패러다임이 ‘통합’에서 ‘분리’로 후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나, 손자회사 확대를 통해서 이런저런 일자리를 늘린다면 숫자는 늘겠지만, ‘좋은 일자리’인지에 대해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나 출퇴근 환경 지원도 ‘기본’인 것을 ‘혜택’처럼 주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기업의 명단공개 확대,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그다지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입니다.
명단공개를 강화한다고 해서 대기업에서 장애인 고용을 늘릴 리 만무하다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지자체별로 장애인 고용률을 발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지자체별로 장애인 고용률을 발표하면 낮은 지자체는 낙인이 찍힐 것이므로 지자체별로는 노력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