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성만 요셉 열사.
지난 1988년 5월 15일 스물넷의 나이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등을 외치며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할복 투신했는데요.
‘조성만 형제 35주기 추모미사’가 어제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습니다.
김영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명동대성당에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조성만 요셉 형제 35주기 추모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입니다.
명동성당청년단체연합회 산하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고 마지막 길을 떠났던 기일에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봉헌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사는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김민수 신부가 주례한 가운데, 교구와 수도회 사제들의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습니다.
김 신부는 조성만 형제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남북 공동올림픽’, ‘양심수 석방’ 등을 외치며 투신했던 1988년 당시 명동성당청년단체연합회 지도신부였습니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조성만 형제의 죽음은 교회를 비롯해 사회와 당시 정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추모했습니다.
<김민수 신부 /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당시에 가톨릭 운동 전체에 충격과 감동을 주었고, 또 뿐만 아니라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쳐서 이들이 통일 문제를 고민하게 하였고, 또 1989년에는 사제단의 결정으로 문규현 신부님을 파북시킴으로써 조국 통일을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신부는 특별히 오늘날의 청년들이 취업과 실업, 비정규직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김민수 신부 /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불공정 사회로 치닳으면서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등 인맥과 재력, 권력 등 부모의 능력을 이용하는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고 청년 노동자들은 아직도 불평등과 불공정 현실에 밀려 억울한 죽음과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그러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 신부는 이어 “하느님의 진리에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조차도 세속 논리를 앞세워서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대로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수 신부 / 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
“교회는 이제 울타리를 벗어나서 밖으로 나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신자를 늘리는 선교가 아니라 신앙인답게 살아가는 선교가 되어야 하고 이 사회의 공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날 추모미사를 시작으로 35주기 추모 행사가 이어집니다.
먼저 20일에는 조성만 형제가 영면해 있는 광주 망월동 묘지 참배와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광주 순례’ 행사가 개최됩니다.
이어 6월 3일에는 조성만 형제의 추모곡 ‘한 입의 아우성으로’ 음원 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6월 10일에는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CPBC 김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