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교황청 담당 기자들은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주교를 뽑는 방법을 극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이들 중 한 명이 결국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에는 전반적으로 너무 젊은 추기경을 교황으로 뽑지 않는 분위기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8년 58세라는 나이에 교황에 선출됐고, 그가 너무 오래 교황직을 수행한 탓에 추기경들은 지난 두 번의 콘클라베에서 주교 은퇴 연령인 75세를 훌쩍 넘긴 교황들을 뽑았다. 잠시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제부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전 세계 교회에 성장 동력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몇몇 주요 인물들이 교황청을 통제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쇠해가던 교황이 선종하기 훨씬 전에 그 동력을 잃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킨슨병을 앓고 그의 통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교황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4반세기를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교황으로 남아있었고 84세에 선종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 추기경들은 이미 나이든 교황을 선출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시작 이틀 전 78세 생일을 맞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을 뽑았고,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됐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3년 은퇴한 후 추기경들은 76세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을 후계자로 세웠다. 분명 추기경들은 교회가 또 다른 장기 통치 교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이 두 교황들의 능력과 자질을 넘어서 이들의 나이를 고려해 선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의도대로 돼 가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하지 않았다면, 그는 96세가 됐던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교황직을 수행했을 것이고 기간은 거의 19년에 가깝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사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의 사임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교황이 사임할 수 있다는 문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콘클라베에서 다음 교황 후보를 70세 이상으로 한정한다면, 교회를 이끌 가장 좋은 자질을 갖춘 몇몇 젊은 추기경들이 제외될 수 있다. 현재 122명의 80세 미만 추기경 중 90명이 70세 이상이며, 이들 중 52명은 75세가 넘었다. 60대 추기경은 현재 24명이고 그중 13명은 60대 중후반이며, 11명은 60대 초반이다. 50대 추기경은 7명이고, 한 명은 곧 49세가 된다.
만일 오늘 콘클라베가 열린다면 70세 이하 추기경 32명 중 교황이 될 만한 이가 있을까? 이 나이대에 어마어마한 추기경들이 있다. 60대 중후반 그룹에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68), 이탈리아 볼로냐대교구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67),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66) 그리고 곧 66세가 되는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있다.
만일 교황의 은퇴가 통상적인 일이 된다면 이런 딜레마는 없을 것이고, 주교 은퇴 연령을 넘은 이를 교황으로 선출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주교의 은퇴 연령을 75세로,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 연령을 80세 미만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교황 선출에는 적용이 안 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로마의 주교’는 교황에게 가장 중요한 호칭이고, 교회 안에서 혼자만 누리는 특권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수퍼 주교’(super bishop)가 아니라 여전히 한 명의 주교로, 주교단의 일원이다. 하지만 그는 군주나 황제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왕들은 대개 은퇴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통치한다. 때문에 많은 가톨릭신자들, 특히 성직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교황이 군주라고 여겨져서는 안 되지만, 가톨릭교회의 교황은 서구에서 마지막 남은 절대군주다. 만일 교황의 은퇴가 통상적인 일이 되면, 로마의 주교의 이미지와 주교단에서의 역할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 촉발시키고 있는 시노달리타스의 관점에서도 맞는 일이다.
이는 교황 선출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과연 시노달리타스를 향해 가는 교회에서 추기경들만이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 문제는 1년 전쯤에도 이 칼럼을 통해 제기한 적이 있다.([글로벌칼럼] (105)시노달리타스와 교황 선출, 2022년 7월 3일자 6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을 비롯해 교회의 모든 영역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를 포함해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의 삶에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주교의 선정과 임명에 관련해서는 거의 시노달리타스를 도입하지 않고 있고, 교황 선출에 대해서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교황 선출 과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대지 않았던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교황이 이 부분에 손을 댄다면, 그저 약간 수정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봐 와서 알 듯이,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이 아니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로버트 미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