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대축일.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는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의 큰 축제일이다.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트리 캐럴 등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각 나라는 고유한 성탄절 축제 특색을 가지고 있다. 2003년 성탄대축일을 맞아 아시아 지역 교포교회 공동체들을 통해 그 지역 교회의 성탄절 분위기를 알아본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성탄절은 최대명절이다. 필리핀의 성탄절은 일찌감치 시작돼 10월이 되면 거리에서는 캐럴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11월부터는 각 성당마다 성탄트리 장식과 성탄 전례 등 본격적인 성탄 준비에 들어간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학교들은 보통 성탄 전후로 20일간 성탄방학을 가지며 일반 사회인들도 5~7일 정도 휴가를 받는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한국의 설과 추석 명절을 방불케 하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져 모든 이들이 가족과 고향을 찾는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성탄대축일 전 9일 동안 매일 새벽 4시30분에 미사가 봉헌된다. 성탄맞이 9일기도인 셈인데 열심한 신자들뿐 아니라 쉬는 신자들까지도 이 아퀴날도 미사에 참례해 성탄을 뜻있게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또 청소년과 청년들은 성탄 2주 전부터 집집마다 돌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고 모은 성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기도 한다. 어렵게 사는 이웃의 집에 모은 성금으로 생필품이나 양식을 준비해서 예수님으로부터 라는 짧은 글귀와 함께 몰래 갖다 놓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에서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새삼 느끼게 되며 그 의미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필리핀 민나다오=양창우(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
○…인구 50 이상이 불교 신자이고 가톨릭 신자는 4에 그치는 탓인지 싱가포르의 성탄절은 차분하다. 본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싱가포르 신자들은 성탄을 앞두고 이웃 신자 가정을 돌면서 캐럴을 불러주고 축복의 기도를 해주거나 각 가정에서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긴다. 또 대림시기 동안 평화 정의 희망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갖기도 한다.
500여명 신자들로 이뤄진 싱가포르 한인공동체는 24일에는 신학교 강당을 빌려 성탄전야미사를 한국어로 봉헌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잔치를 마련해 각 구역과 반별로 장기자랑을 하면서 성탄절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특별히 이번 대림기간에는 미얀마와 중국 심천 공동체를 돕자는 취지로 2차 헌금을 실시했으며 각 구역별로 양로원과 60세 이상의 은퇴 신부님들을 방문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 힘들기는 했지만 노 사제들의 온화한 웃음과 무엇인가 주고 싶어하는 몸짓에서 하느님 앞에서는 국적과 나이를 떠나 모두 하나 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구세주 성탄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었다.
싱가포르=용영일 (싱가포르 한인공동체 담당 춘천교구) 신부
○…12월에도 고온다습한 미얀마의 성탄은 우리 성탄과는 사뭇 다르다. 국민 90가 불교를 믿는 전통적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성탄 전야와 성탄절에는 그리스도교 신자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이 집 주위에 초나 전등을 밝혀 성탄절 분위기를 만든다. 어떤 집에서는 양초를 100개 이상 밝혀 눈길을 끌기도 한다.
신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미얀마 한인공동체는 지난해 성탄 전야 미사에서 한국어로 캐럴과 성가를 불러 미얀마 신자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지난 2월 처음으로 인천교구에서 빙상섭 신부님이 부임해 오셔서 그런지 올 성탄절은 더욱 각별하게 와닿는다고 이곳 한인공동체 신자들은 말한다.
신자들은 어머니들 모임 모니카회를 주축으로 대림기간 동안 각 가정을 방문해 대림기도를 바치면서 성탄을 준비했고 이번 성탄 대축일에는 전신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치부·초중고등부· 성인부로 나눠 장기자랑을 하면서 성탄 축하잔치를 가질 예정이다.
미얀마 양곤=조성찬(시몬) 한인공동체 총무
정리=조은일 기자 anniej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