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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40년지기 친구들! / 신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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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를 버렸어라, 이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받쳐서라, 성신의 그느르심. 아름다운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VERITAS(진리). 성신 성신 ALMA MATER(모교)이여, ALMA MATER, ALMA MATER, 우리 성신이여!’

이 성가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가이다. 올해 2월에 나는 1983년도에 함께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던 이들과 40주년 감사미사를 드렸다. 당시 100여 명이 넘었던 입학생들은 현재 주교로, 사제로, 평신도로 살아가고 있고, 오래전 추억이 담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정에서 은인 신부님들을 모시고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감사의 미사를 드렸다.

입학 후 20년이 지났을 때는 보좌에서 주임신부가 된 이야기, 승진과 사업,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40년이 되자 이제는 나름대로 삶의 자리와 결론을 가지고 만났기에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걱정해주고 “아직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만나자”고 다짐을 했다.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정의 전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동상과 성전에 계신 성모님은 더욱 포근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성모상 잔디밭에 촛불을 켜고 기도하고 성가를 불렀었다. 1980년대 정권퇴진을 외치는 또래의 젊은 친구들의 생명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도 기회를 만들어 동참하자고 다짐한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나라를 위해서 다 같이 운동장에 모여 기도하자고 마음을 모았고 급기야 신학교 정문을 돌파해 전경들과 마주쳤다. 나를 포함한 많은 신학생들이 경찰서에 끌려갔고, ‘신학교에서 잘리면 어떡하나’ 벌벌 떨었다.

그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보낸 신부님들이 오셔서 민주화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이런 때에 신학생들이 조용히 있을 수 있겠냐”며 단판을 지으시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었던지. 신부님들은 우리들을 다독여주셨고 신학교로 돌아오면서 감사의 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이 기억난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임쓰신 가시관’을 불렀던 기억도 함께.

40주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두가 같은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분명히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똑같은 우정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세월이 흐르며 서로의 환경과 이해관계로 다툼도 있었고,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아예 헤어진 친구들도 있었다. 반면 신학생 때는 서먹했던 친구가 시간이 흐를수록 우정 안에서 깊이 나눔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40주년 감사미사를 함께 봉헌하며 ‘아! 그것은 기억과 감사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1983년에 그 추웠던 2월에 서울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정 전경이 그리운 하루다. 나라가 온통 혼란스러운 지금, 이럴수록 더 필요한 것은 기억과 감사라는 생각이다. 6월, 갓등중창단 OB팀은 나라를 위한 시국미사에 함께할 예정이다.

분명한 사실은 복음의 시선은 죽어가는 사람,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을 향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신앙을 넘어서 국가와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한 단계 더 품어 안는 것, 이것이 40주년 감사미사의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시대의 소명을, 부르심의 의미를 새기고 실천하다 70세가 되면 또 50주년 미사를 기대해 본다. 화이팅!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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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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