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교사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정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붙여주시더라고요. 이젠 ‘그만둔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신다’며 원망도 많이 했죠. 하하”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무지개 주일학교’ 교사 이경선(스텔라)씨는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교리교사의 날’ 행사에서 25년 근속상을 받은 유일한 장애인신앙교육부 소속 교사다. 이씨가 성인이 되자마자 가톨릭에 입교한 것은 아픈 어머니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본당 청년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교리교사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씨가 장애인 주일학교를 택한 것은 좋은 것은 좋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명확히 밝히는 장애학생들의 순수한 면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장애인 주일학교는 졸업이 따로 없다.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교리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4명의 학생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33살이다. 이씨는 “20년 넘게 봐온 친구들도 많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제겐 또 하나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며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저도 그간 신앙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25년간의 교사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취업과 결혼 등을 이유로 점차 떠나갔다. 결국 이씨 혼자 남겨진 순간이 왔다. 그저 선생님만 온전히 바라보는 학생들을 두고 떠나는 뒷모습에 이상한 배신감도 느꼈다. “됐어. 너네 없어도 나 혼자 잘할 수 있어. 이런 오기로 5년 동안 혼자서 학생들을 돌봤죠. 돌이켜보면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게 버티다 2019년 20년 근속교사가 됐다. 교구 청소년국에서 보내준 이스라엘 성지순례 때 결심했다. ‘이번 순례를 퇴직금 삼아 교사를 그만두겠어.’ 하지만 순례를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180도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교리교사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스라엘에 갔겠어. 하느님, 제게 교사 단 두 명이라도 보내주시면 계속 봉사하겠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에 오자마자 갑자기 교사를 하고 싶다는 이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하느님, 그렇게도 저를 힘들게 하시고 싶으신가요!’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이씨는 또 한 번 혼자가 됐다. 하지만 다행히 과거 함께했던 교사가 돌아와 시름을 덜었다. 이제 그는 “과거처럼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주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온전히 그분께 맡기기로 했다”고 웃음 지었다.
“아이들과 잘 지내려고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25년이 지났네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할 것 같네요. 한 가지 소원은 고등학교 1학년 딸이 저처럼 스무 살에 교리교사가 됐으면 해요. 모녀가 같이 교사하면 참 행복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