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란치스코 대학 재학생들언플러그드 장학금에 도전 전화·문자 외 1년간 사용 안 해자유로움 느끼며 만족도 높아
‘언플러그드 장학금’ 획득에 도전한 프란치스코대학 재학생들이 미국 가톨릭방송 EWTN 뉴스에 출연해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EWTN 화면
“스마트폰을 버렸더니 모든 게 달라졌다.”
미국 프란치스코대학이 시범 운영하는 ‘언플러그드 장학금(Unplugged Scholarship)’에 도전한 학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 장학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포기를 선언하고 한 학년 동안 그 약속을 잘 지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이색 챌린지다.
오하이오주 스튜벤빌에 있는 프란치스코대학은 최근 한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1년 가까이 ‘스마트폰 단식’에 성공한 재학생 30명에게 장학금 5000달러(약 660만 원)를 각각 지급했다. 미국 대학의 학년은 보통 가을학기(9~12월)에 시작해 봄학기(1~5월)에 끝난다. 대학 측은 장학사업 취지를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끄고 기도, 우정, 학업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라고 밝혔다. 장학기금 15만 달러는 이 대학 졸업생 저스틴과 호프 슈나이르가 희사했다.
장학금 수혜자인 그레스이 폴락은 한 학년 동안 스마트폰을 포기한 결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외부 활동과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며 “이 도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봤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며 “특히 사람들을 만날 때 대화를 방해하는 주범이 스마트폰이란 사실을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이 챌린지에는 총 8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응원하면서 스마트폰 단식의 고통(?)을 이겨냈다. 그렇다고 이들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전화 통화와 문자 송수신이 가능한 일명 피처폰과 노트북은 자유롭게 사용했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소셜 미디어(SNS)에 접근하지 못해 미칠 것처럼 답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답답함이 사라졌다”며 “요즘은 가끔 노트북으로 SNS에 접속해 친구들 소식이나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4학년 메리 사리넨은 “(스마트폰 지도 찾기가 없어) 5분 거리의 친구 집을 찾아가는 데 20분이 걸린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며 “덕분에 주변 거리를 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없는 자유로움이 정말 좋다”며 “요즘은 운전할 때도 음악을 켜지 않고 성모송을 바친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쾌척한 저스틴과 호프 슈나이르는 “후배들을 스마트폰 중독에서 구해내기 위해 뜻을 모았다”며 “이 프로그램은 인간이 디지털 세계를 통제하면서 현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출범한 ‘휴머니티 재단’ 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교를 방문해 용감한 도전에 나선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슈나이르는 후배들에게 “손끝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온전한 삶, 즉 자기 자신과 타인, 하느님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자주 경고하는 편이다.
지난해 12월 청소년 가톨릭 액션(ACR)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을 우려하며 “우리 눈은 손안에 놓인 가상세계를 내려다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하늘(하느님)을 바라보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라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틴아메리카 신학원 공동체 예방을 받았을 때는 신학생과 사제들이 밤늦도록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많은 것을 보여주며 우리 마음을 빼앗습니다. 그 도피의 세계에 중독되지 마십시오. 차라리 예수님을 만나는 일에 중독되십시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시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하실 말씀이 있습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