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초라해질 정도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최악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2월 출생아 수는 1만 9939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만 명이 깨졌다. 그동안 교회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정기총회를 연다. 현직 주교가 모두 참석해 교회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정기총회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21번 열렸다. 그동안 시복시성, 사제양성지침, 사목지침서 개정 등 교회 현안, 그리고 원전, 제주 4ㆍ3 사건, 난민, 이주 및 청소년노동자 등 사회 현안을 논의했지만, 국가적 과제인 출산 관련은 단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다. 심지어 주교 연수 일환으로 실시되는 특강 주제로도 올라가지 않았다.
물론 교회가 무작정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22 주교회의 교세통계에 따르면, 교회가 직접 또는 수탁받아 운영하는 어린이집만 93곳에 달한다. 또 200여 곳의 유치원, 수십 곳의 아동양육 및 보호시설, 지역 청소년 아동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과거부터 운영하던 것이고, 오히려 최근에는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문을 닫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저출생은 국가와 사회는 물론 교회의 존립도 위태롭게 한다. 한국 교회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나서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방법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보육시설 건립에 교회 내 부지나 건물을 제공하는 것일 수도, 아니면 결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에 동참할 수도 있다. 아무도 혼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