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교구장 키쿠치 이사오 대주교<사진>가 13일 제22차 국제 카리타스 총회에서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사임한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후임이다.
가톨릭 구호활동을 대표하는 국제 카리타스는 전 세계적으로 적십자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인도주의 구호단체다. 한국 카리타스를 비롯해 세계 20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162개 회원기구가 소속돼 있다.
국제 카리타스는 지난해 의장단이 사퇴하고 임시 경영진 관리 체제에 들어가는 위기를 겪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결함을 인지한 뒤 임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교황청은 재정 관리 부실이나 성적인 성향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이런 조처가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말씀의 선교수도회 출신인 키쿠치 대주교는 일본인 최초의 아프리카 선교 사제다. 1986년 사제품을 받자마자 가나로 가서 밀림에 사는 원주민들과 8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르완다에서 대학살극이 벌어진 1990년대 중반에는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캠프에서 카리타스 일원으로 난민들을 돌봤다. 아프리카에서 카리타스의 활동에 감명을 받은 그는 최근까지 일본ㆍ아시아ㆍ국제 카리타스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의장직 수락 연설에서 “카리타스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을 환영하고, 섬기고, 보호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티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선교 경험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카리타스의 사명은 재난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 속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14일 새 의장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국제 카리타스를 향해 “용감하게 개혁의 길로 나아가라”고 당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