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이주노동자, 웃돈 주고 한국까지 왔지만…
[앵커] 농번기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간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외국인 계절노동자제도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이주노동자 해외조사 결과 발표와 제도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김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타라파티 아디카리 / 네팔 출신 계절 이주노동자>
“고창군의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수박 농장입니다. 주 6일 하루 12시간씩 일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는데 사장님이 한 시간은 점심시간이고 식사하러 왔다 갔다 하는 이동시간까지 두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빼야한다고 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6월 계절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네팔인 타라파티 아디카리(Tarapati Adhikari)씨의 인터뷰 발언입니다.
아디카리씨가 계절 이주노동자로 오기까지 또 한국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일은 대부분의 계절 이주노동자가 경험한 것들입니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현지 브로커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타라파티 아디카리 / 네팔 출신 계절 이주노동자>
“(컨설턴시에서 실제로 얼마나 지불하였습니까?)“컨설턴시에서는 총 90만 루피가 (한화 약 900만원) 필요하다 했고, 진행전 착수금으로 20만 루피를(한화 약 200만원) 선지불하고 나중에 가는 것이 확정되면 잔금을 지불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출국 5일 전 70만 루피를(한화 약 700만원) 추가 지불해 총 90만 루피를(하노하 약 900만원) 현금으로 드렸습니다.”
출국 전 계약 조건과 다른 노동환경, 노동시간에 비해 낮은 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산재와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타라파티 아디카리 / 네팔 출신 계절 이주노동자>
“(한국에서 5개월 동안 월급은 얼마를 받으셨습니까?) 첫 달에는 건강검진 비용 등을 제하고 150만 원 정도를 받았고 이후 4개월간 월 200만원 정도를 받아 일한 5개월간 받은 총 금액이 950만 원 정도 됐습니다.”
아디카리씨처럼 외국의 계절 근로자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선 평균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듭니다.
오히려 번 돈 보다 들어간 비용이 더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계절 이주노동자들의 무단 이탈율이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농가를 이탈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거나, 열악한 일터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실정입니다.
정책적으로는 계절 이주노동자의 이탈방지가 최우선 과제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계절노동자 제도는 2016년 시범적으로 두 곳의 지자체에서 운영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124개 지자체에서 2만 6788명의 계절 이주노동자를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과 코로나19로 농촌에 계절노동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인권위와 이주 노동자 실태 조사를 펼친 이주인권 활동가들은 중앙 정부나 지자체의 계절 이주노동자 전담 부처가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계절 이주노동 계약은 우리나라와 해당국가의 지자체끼리 양해각서를 체결해 시행됩니다.
그렇다보니 지자체에선 계절노동자가 벌어오는 돈에는 관심이 있지만, 정작 노동자 보호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또 법무부가 담당하는 계절노동자 제도가 출입국정책인지, 외국인력 정책인지 정확히 따져봐야 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의 최소한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인권위의 표준협약 가이드라인 작성과 권고도 절실해 보입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