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교구 청소년국에서 온 공문을 받았다. 초등부 교리교사가 신앙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돌봄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며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아발견과 의사소통 교육’을 실시하니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보면서 청소년국에서 의사소통, 곧 커뮤니케이션을 주일학교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인지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사제들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사제들이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을 알고 있어야 교사들이나 학생들과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주일학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본당 모든 사목에 해당된다. 교회 활동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교회는 커뮤니케이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전례, 강론, 성사, 선교, 교육, 단체모임, 행사 등등 모든 것이 ‘사목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속한다. 더군다나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교회 안에서도 보편화되어 있고, 특히 유튜브를 통한 사목이나 선교가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누구든지, 어느 분야든지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지 않고서는 존재 자체가 어려운 때이다. 이같이 엄청난 미디어 변화가 우리 삶뿐만 아니라 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정작 사제에 대한 미디어 교육,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미비하다.
매년 홍보 주일에 발표되는 교황 담화문은 우리를 향한 커뮤니케이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까지 3년 동안 담화문은 일관된 어조를 띠고 있다. 2021년에는 ‘와서 보시오’(요한 1,46)를 주제로 직접적인 대면 소통을 강조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소통이며 선교 방식으로 소개한다. 2022년에는 ‘마음의 귀로 경청하기’를 주제로 경청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올해는 작년 주제의 연장선에서 ‘마음으로 말하기’를 주제로 제시한다. “진실을 조작하고 악용하는 허위 정보에 기초해 무관심과 분노로 치우치곤 하는” 이 세상에서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진실한 마음,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할 때 진리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으로 말하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교황님은 매년 홍보 주일 담화문을 통해 ‘탈진실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용기와 자유를 가지고 진리를 추구하고 말하며, 선정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의 유혹을 거부하도록” 촉구하신다.
동시 한 편이 떠오른다. 시인 김은영의 시 ‘닭들에게 미안해’ 일부다. 사실 달걀을 꺼내오는 것이 별일은 아니지만 닭과 소통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진정한 소통은 그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아무리 SNS, 스마트폰, AI 등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소통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해준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소통은 상대방을 인격체가 아닌 ‘그것’으로 취급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가져다줄 뿐이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 조건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경청이 필요하고, 경청이 가능하려면 ‘열린 마음’이 되어야 한다. 영적으로 손이 오그라든 완고한 바리사이의 ‘닫힌 마음’(마르 3,1-6 참조)에서 소통이란 의미를 왜곡시키고 경청을 불가하게 하며 독선적인 태도를 보일 뿐이다. 나와 너가 ‘열린 마음’이 되어 마음이 마음에게 말함으로써 진정한 대화와 나눔이 일어나고 참된 평화가 꽃필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사제 양성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