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를 믿어볼까 고민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가톨릭은 뭐고 개신교는 뭔지,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모른다. 그저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는 것만 막연히 인지할 따름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는 성경 구절도 마음에 든다. 요즘처럼 인심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니, 그는 이 말에서 느껴지는 숭고함과 따뜻함이 좋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여전히 정확히 모른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그는 가장 먼저 보이는 십자가 달린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마침 눈앞에 두 곳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런데 각각 상반된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 아닌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혐오와 차별, 편견을 반대합니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도 당신을 사랑하며 응원합니다.”
“만약 당신의 아들이 며느리로 남자를 데려온다면, 당신의 딸이 사위로 여자를 데려온다면, 그래도 동성애를 찬성하시겠습니까?”
전자는 인천교구 은행동성당, 후자는 그 건너편에 있는 개신교 예배당에 걸린 현수막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먼저 현수막을 내건 쪽은 개신교회였다. 은행동본당 주임 김태영 신부는 지나가다 그 내용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제가 만약 결혼해서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들이 어느 날 ‘아빠, 나는 사실 동성애자예요.’, ‘아빠, 나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고 싶어요. 나는 트렌스젠더예요’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분명 당혹스럽고 괴롭고 자책감에 시달리고 사람들 눈치도 보겠죠. 하지만 결국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고, 그들과 함께 걷게 될 거예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들과 딸이니까요.”
그리스도교를 믿어볼까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랑을 알고자 하던 그는 과연 어디 문을 두드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