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첫 순교자’ 윤지충(바오로, 1759~1791)·권상연(야고보, 1751~1791) 복자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프란치스코, 1764~1801) 복자의 유해 일부가 순교 200여 년 만에 고향인 대전교구 진산성지(전담 김용덕 신부)에 안치됐다.
이들 세 복자의 유해는 앞서 2021년 전주교구 초남이성지 바우배기 성역화 작업 과정에서 발견됐다. 진산성지는 세 복자의 얼과 순교 영성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 성전을 신축하고,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인 5월 29일을 이틀 앞둔 27일 성당 축성 미사와 봉헌식을 거행, 세 복자의 유해 일부를 새로 마련한 성전에 안치했다. 유해는 대전교구 원로 사제들이 가마에 모시고 입장해 제대 오른쪽에 안치했다. 이날 안치된 유해 중 윤지충 복자는 볼기뼈, 권상연 복자는 머리뼈, 윤지헌 복자는 갈비뼈에 해당한다.
유해가 발굴된 초남이성지 바우배기 순교자의 무덤 배치 형태를 그대로 따랐다. 이에 성전은 왼편 윤지충 복자 묘소 자리에, 전시실은 오른쪽 권상연 복자 묘소 자리에, 강의동은 전시실 아래 윤지헌 복자 묘소 자리에 마련됐다. 또 새 성전에서 장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순례 코스도 조성했다. 이날 신자들은 미사 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성지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을 직접 걸으며 성당 봉헌 및 유해 안치를 기념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세 복자의 고향인 이곳 진산에 유해 일부를 모시게 돼 감격스럽고 감사하다”며 “기꺼이 복자들의 유해를 분배해준 전주교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곳을 찾는 많은 분이 순교 복자들의 신앙을 바라보며 영원한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 깊은 영감을 받고, 또 신앙을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거룩한 책임을 갖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한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첫 순교자들은 특정 교구만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신앙이고 유산”이라며 “첫 순교자 신심이 더 확산되고 깊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첫 순교자들이 순교한 전동이나 초남이성지에 방문하는 순례자들에게도 진산성지를 방문하길 권유하고, 진산성지 순례자들에게도 초남이성지 방문을 권유하는 일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사 후에는 복자들을 기리는 순교자상 제막식도 거행됐다. 진산성지본당 유태식(베드로) 사목회장은 “오늘의 성전 축복과 유해 안치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라 여기고, 복자들의 모범을 따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