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년 전 큰 꿈을 품고 서울 근교 야산에 있는 ‘선림사’라는 절에서 공부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공부하러 왔던 사람들과 어울려 술과 잡기로 허송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혼탁해진 영혼을 맑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함께 공부하던 이들 중 가톨릭신자 한 사람이 성당에 같이 가보자고 하여 성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수녀님과 면담을 하고 통신교리를 받았는데,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교리책을 읽고 문제를 풀어내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불교신자셨던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하느님을 배척하고 예수님을 비난해왔던 제가, 단순히 그 책을 읽은 후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이나 된 것처럼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믿어졌고, ‘다니엘’이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아 가족 중 첫 번째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놀랍고 신비롭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제 발로 성당에 걸어가서 신자가 되었으나, 이후 10여 년 동안 미지근하고 불성실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한편 어머니는 열렬한 불교신자셨으나 제 권유로 천주교로 개종하셨고, 신앙에 불이 붙어 뜨겁게 신앙생활을 하셨으며 기도도 많이 하셨는데 특히 묵주기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식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병원에서도 별 방법이 없다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쯤 새벽에 갑자기 “나는 전능한 야훼 하느님이다. 나에게 의탁하라”는 소리가 가슴에서 들려왔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어머니를 하느님께 맡겨드리라는 말씀으로 느껴졌습니다.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고 있으며 하느님 체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3일 전 어머니 곁에서 묵주기도를 드리던 중 “아들아! 네 기도를 듣고 있다. 너를 위로해 주마”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 순간 방에 모시고 있던 성모상이 눈에 들어와 성모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정작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생각에 그날 들었던 성모님 말씀이 위로가 되어 슬프지 않고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성당 성물방에서 곱비 신부님이 성모님 메시지를 기록한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라는 책을 샀습니다. 책 내용 중 성모님이 “아들아!”라고 부르신 말을 보면서, 이 말이 새삼스럽고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를 “아들아”라고 다정하게 부르셨던 성모님이 생각나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그 후에도 성모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느님에 대한 신심과 성모님에 대한 사랑이 커지도록 이끌어 주셨으며, 지금은 성모상만 보아도 가슴이 뜁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회개시킨 모니카 성녀의 기도처럼, 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머니가 되어주신 성모님! 감사합니다.
좋으신 하느님!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늘 저희 어머니로서 사랑을 주시는 성모님!
찬미 받으소서! 아멘.
한종석(다니엘ㆍ인천교구 송내1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