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에서 나온 가장 위험한 물질은 세슘도, 플루토늄도 아닌 거짓말이다.” 옛 소련공산당 최고 소비에트 위원이었던 야로신스카야는 소련이 철저히 감추었던 600쪽 가량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보고서를 소련이 붕괴된 후 입수합니다. 보고서에는 소련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관한 진실을 조작하고 감추었는지 적혀져있었습니다. 보고서를 입수한 야로신스카야는 <체르노빌, 감취진 진실>이라는 책으로 체르노빌의 진실을 폭로합니다.

야로신스카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 당국은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철저히 감춥니다. 기준치를 조작하여 방사능 피폭자 수를 줄이거나 방사능 피폭에 의한 사망임에도 마치 자연사한 것처럼 조작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국가의 거짓으로 체르노빌 원전 폭발은 사소한 사고처럼 보였지만 국민들은 피해는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암과 백혈병 같은 질병으로 조기 사망자는 폭증했으며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크게 아파하고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원전의 진실을 마주한 야로신스카야는 국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간 가장 큰 이유는 방사능 물질이 아닌 국가의 거짓말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도쿄전력은 원전에서 바다로 향하는 수로터널 공사를 사실상 마쳤으며 그 수로터널에 바닷물 주입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조사 이후 일본이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33만 톤인데, 방류를 시작하면 앞으로 28년 동안 오염수는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일본의 오염수의 방류를 앞두고 우리는 야로신스카야의 지적을 소환합니다. 바로 국가의 거짓말입니다.

“아베 총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2020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전의 오염수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당시 총리였던 아베의 말은 거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총리시절 고이즈미 총리 자신도 원전을 추진했던 원전찬성론자였지만 원전에 관한 진실을 알고 난 후 지금은 탈핵운동가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수 많은 일본인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졌지만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진실을 우리는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지난 7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천주교의 수녀님과 불교의 스님이 만났습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기 위해 스님들은 일본 대사관을 찾았고 위안부 문제의 공식사죄를 촉구하기 위해 수녀님들은 일본 대사관을 찾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스님과 수녀님들은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국가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거짓말을 했다면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라며 기도했습니다. 국가의 거짓말을 수녀님들은 위안부 할머니들부터 스님들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희생자들로부터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후쿠시마의 진실과 체르노빌의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고 해도 거짓은 결국 드러나고 심판 받는 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