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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29)성 요한 23세 선종 이후 60년/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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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역사상, 적어도 지난 400년 동안 성 요한 23세 교황처럼 짧은 재위기간에도 가톨릭교회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교황은 없을 것이다.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는 1958년 10월 28일 교황으로 선출됐고, 5년이 채 안 된 1963년 6월 3일 선종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요약될 수 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선출될 당시 이미 77살이 넘었고, 추기경들과 교황청 관리들이 방심한 틈을 파고들어 즉위 3개월 만에 공의회 소집 계획을 발표했다. ‘착한 목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시작했지만 나중에 4개 회기로 이어진 공의회의 첫 회기만 열 수 있었다. 첫 회기는 1962년 10월 11일 열렸는데, 현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순간 중 하나로 칭송받는다. 그리고 8개월 후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대희년이었던 2000년 시복됐고, 2014년 시성됐다.

하지만 교황직에 있던 4년 8개월 동안 그가 교회를 극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가톨릭교회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교회의 활동이나 구조를 의미있게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변화를 불러온 것은 그가 성령의 감화를 받아 소집한 공의회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16세기 트리엔트공의회 이후 교회에 가장 의미있는 개혁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불러온 바람은 후임자인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15년의 재위기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시켰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오랜 치세 중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요한 23세 교황이 불러일으킨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프로젝트를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성 요한 23세 교황 선종 60년이 지난 지금, 몇몇 사람들은 너무 늦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하느님 백성의 교회’를 좀 더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열정은 지난 25년 혹은 30년 전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든 세례받은 이,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걷는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구성 요소, 또 교회의 존재 이유로 만들려는 현 교황의 대담한 도박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 반향은 주로 나이든 가톨릭신자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도가 젊은 신자들 사이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60대 이상 신자들에 비해 젊은 신자들은 소수라는 것이다.

다른 주류 그리스도교 종단과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가톨릭교회에서도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지도력이 위기를 맞고 있고, 이념적인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빠르고 무섭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회가 ‘선교적’이며 ‘복음적’인 존재가 되는 일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성 요한 23세 선종 이후 지난 60년 동안 세상과 교회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고,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복잡해지며 흐트러지기 전에 그리운 옛날로 돌아가려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대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대부분, 그리고 언제나 결과가 좋지 않다. 1960년대 공의회 시기의 평온한 시대나 그 이전의 ‘황금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주님의 역사는 앞으로 향한다. 언제나. 유다 경전, 특히 탈출기를 읽어보는 이들은 알 것이다. 주님께서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켰고 이들을 광야로 이끌었다. 이들은 광야에서 주님께서 약속한 땅에 들어가기까지 40년을 헤맸다. 그러는 도중 이들은 주님께 거역했고 되돌아갈 길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모세와 같은 예언자를 통해 전해지는 주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성 요한 23세 교황을 시대의 예언자라고 믿는다. 그는 성령의 감화를 받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세상이 그러한 것처럼 교회를 앞으로 향하게 했다. 지난 60년 동안 교회가 걸어온 여정은 험하고 때로는 아주 불확실했다.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많이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존하며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 바로 주님의 뜻이다.

성 요한 23세 교황 선종 60주기를 기념하며, 다시 한번 우리를 전진시키려고 노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줄 때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시여, 프란치스코 교황과 당신이 충실하게 섬겼던 교회를 위해 빌어주소서.”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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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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