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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기우(杞憂)

박예슬 헬레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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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나라에 걱정 많은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늘 이것저것을 걱정하던 그는 마침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채 끙끙 앓기 시작했다.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떡하지? 땅이 뒤집히면? 아이고 어떡하나….”

이번에는 21세기 대한민국 이야기다. 대한간호협회는 1977년 ‘요양상의 간호와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로 애매하게 간호사의 업무를 규정한 의료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간호법은 직역 간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한 채 46년간 표류했고, 그 사이 의료업계에서는 의사들이 해야 할 채혈과 초음파 검사, 대리 처방, 기록과 같은 의료행위를 간호사들이 관행적으로 해왔다. 고용인의 불법적인 업무 지시에 의해서다.

불을 지핀 건 코로나19 팬데믹. 간호사들은 불어나는 확진자 수만큼 가중되는 업무에 허덕이며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직역 간 이해를 위해 간호법 대안이 마련됐지만, 이마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등에 의해 사실상 폐기됐다. ‘지역사회’라는 네 글자 때문이었다.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이 단독으로 의원을 열어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간호법 대안에서도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의 보조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의사의 지도 없이는 진료의 보조 행위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의사가 아닌 간호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다시 기나라로 돌아가 보자. 걱정 많은 사람에 대한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고, 이후 우리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기우’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의 기나라 사람들은 잠 못 이루다 총파업까지 시사했다.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을 걱정한 이들이 담보로 내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었다. 이들의 진짜 걱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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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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