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사제 파견으로 연을 맺은 인천교구와 일본 후쿠오카교구가 첫 교구장 간 상호 방문으로 교류의 물꼬를 텄다. 두 교구는 이를 계기로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며 우애를 나누고, 한일 양국의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후쿠오카교구장 주젭 마리아 아베야 주교는 5~9일 총대리 나카무라 아키라 신부 등 사제 20명과 인천교구를 방문했다. 지난 5월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가 사회사목국 사제들과 후쿠오카교구를 찾은 데 대한 답방이다. 정 주교는 2019년 2월 교구 최초로 후쿠오카교구에 파견된 서인덕 신부 등 선교 사제를 격려하고, 현지 교회와 친교를 쌓고자 5월 일본 교회를 방문했었다.
아베야 주교를 비롯한 후쿠오카교구 사제단이 인천에서 보낸 나흘 가운데 특히 뜻깊은 날은 6일이었다. 이날 인천교구 설정 62주년을 기념해 성체성지 ‘김포 옛 성당’에서 열린 제8차 성체현양대회에 동참해 인천교구의 신앙 열기를 체험하고, 역사와 사목 비결도 배운 까닭이다. 일본 사제들은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 신자들과 함께 성체 거동을 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어 교구청 성모당(성모순례지)에 들른 뒤, 답동주교좌성당과 인천교구 역사관도 관람했다. 후쿠오카교구 사제단은 진지한 눈빛으로 첫 개항장이자 대표 산업도시인 인천에서 교구가 걸어온 발자취를 두루 둘러봤다.
아울러 후쿠오카교구 사제단은 인천교구가 하는 사목 비결도 전해 들었다. 인천교구청의 운영을 비롯해 사목국 3개 조직(복음화ㆍ사회ㆍ청소년) 업무 전반에 대해 들으며, 필요한 지원과 조언도 청했다. 또 인천교구 사제들과 조를 이뤄 구체적인 교류와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두 교구장도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며 대화를 나눴다. 인천교구에 가톨릭 학교가 몇 개인지 묻는 아베야 주교의 질문에 정 주교는 “대학교 2곳ㆍ고등학교 3곳ㆍ중학교 2곳ㆍ초등학교 1곳”이라고 답했다. 정 주교가 후쿠오카교구 사제 수를 궁금해하자 아베야 주교는 “교구 소속은 30명, 수도회 소속은 외국인 포함 27명”이라며 “가장 나이 드신 분은 99세인데, 종종 테니스도 할 정도로 정정하시다”고 설명했다.
정 주교는 간담 후 한복 입은 성모자상과 강화 일만위순교자현양동산 무명순교자상을 본떠 만든 성상을 선물했다. 아베야 주교는 답례로 일본 족자를 선물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정 주교는 “비록 짧은 만남이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앞으로도 만남을 계속 가질 것”이라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가 하느님 안에 하나라는 사실이 중요하고, 장차 사제들 간의 교류는 물론, 훗날 청소년ㆍ청년 간의 교류도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야 주교도 “인천교구에서 사제를 파견하는 등 여러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다”며 “양국 교구 간 협력이 우리 교구가 많은 이에게 복음의 빛을 전하는 데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만남은 두 교구의 사제간 협력에 대한 기대도 낳았다. 인천교구 김현우(이주ㆍ해양사목부 부국장) 신부는 “우리 교구의 규모와 발전에 대해 놀라워하며 배우고자 하는 일본 사제들의 겸손한 모습이 감명 깊었다”며 “일본의 해양사목 담당 사제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후쿠오카교구 다니구치 마사시 신부는 “일본 교회는 젊은 사람이 적어 사목자들도 기운을 잃는다”며 “한국 교회의 풍성한 전례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목자들이 의식을 갖고 각자 역할을 해내는 점도 공부가 됐다”며 “우리 일본 사제들도 한국 순교자들처럼 자기 삶과 목숨을 걸고 사목에 임하는 것이 사명임을 묵상 중에 떠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