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주일은 활기가 넘쳤다. 1일부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하향 조정된 이후 맞은 두 번째 주일인 이날 전보다 많은 신자가 명동대성당을 찾은 모습이었다. 3년 4개월간 유지돼 온 방역조치의 사실상 전면 해제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자연스럽게 활기가 찾아들었다.
이날 오전 11시 미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명동대성당 주변에는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로 일찌감치 긴 줄이 이어졌다. 성당 내부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군데군데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미사에 참여했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며 신자들이 전보다 홀가분하게 전례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전국 교구는 최근 각 본당에 공문을 보내 성수 사용을 비롯해 전례와 성사, 본당 행사, 단체 활동에 제약없는 참여를 안내하며 신자들의 신앙생활 회복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명동대성당을 찾은 신자들도 오랜만에 성수대에 채워진 성수를 찍고 성호를 그으며 자리에 착석했다. 해제 후 첫 주일이던 4일 명동대성당 측은 미사 전 신자들에게 “성수대에 성수가 채워졌다”고 안내하며 온전한 전례 참여를 도왔다.
김복주(글로리아, 대전교구 부여본당)씨는 이날 미사 후 “일상과 신앙생활의 행복을 다시 찾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았고, 다시 평화를 찾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체활동에 활발히 임하며 쉬는 교우들도 적극 찾아 나서겠다”며 “본당 차원에서 쉬는 교우들을 찾기 위한 활동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나윤(로사 베네리니, 수원교구 보라동본당)씨는 “코로나 시기 방역 조치로 신앙생활에 겪었던 어려움이 이제 방역조치가 해소가 돼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약이 사라진 만큼 앞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동욱(라파엘, 서울대교구 목5동본당)씨도 “모두가 이제 각자의 신앙을 다시 키워나가고, 더욱 굳건히 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 조치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는 데엔 조심스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강 세라피나(인천교구 청라본당)씨는 “신앙생활에 제약이 없어진 것은 환영하지만, 막상 마스크를 벗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본당 행사나 단체 활동이 다시 활성화되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하겠다”고 했다.
명동대성당 수석부주임 전두병 신부는 “이제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온 만큼 그간 여러 이유로 신앙생활과 거리를 둔 교우들이 성체성사를 통해 영적인 기쁨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