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특별한 카톡 그룹채팅방이 하나 있다. 대화 상대가 모두 11명인데, 토요일이나 공휴일 전날만 빼고 매일 밤 10시 전후로 알림이 뜬다. [6월 ○○일(○요일) 업로드 기사]라는 문패를 달고 기사 URL이 세 개 정도 올라온다. URL 링크에는 ‘이** 선생님’, ‘김** 선생님’ 표시가 붙는다. 그러면 해당자는 “확인했습니다” 또는 “알겠습니다”라고 짧은 응답만을 한다. 방의 문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할 수도 있겠다. ‘이곳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바티칸뉴스’ 한국어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교황청 홍보부에서 발행하는 공식 뉴스 매체인 ‘바티칸뉴스’는 복음화 사명에 봉사하는 디지털 포털이다. 현재 이탈리아어·영어·프랑스어 등 40개 언어로 뉴스 서비스가 이뤄지고 한국어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또한 뉴스는 교황·바티칸·교회·세계 등 4개 섹션으로 분류되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찾아간다.
내친김에 ‘바티칸뉴스’ 한국어 페이지에 대해 더 알아보자.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어 추가사업 업무협약이 정부와 교황청 사이에 체결됐다. 이후 2017년 정부 사업이 끝나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가 한국어 서비스 운영을 맡았다. 한국어 페이지는 로마가 아닌 지역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사례다.
나의 시선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전후로 루틴처럼 앞서 언급한 단톡방으로 향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책임자 신부님이 이탈리아어 기사와 영어 기사를 번역자에게 배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페이지에는 현재 감수자 2명, 편집위원 2명, 번역위원 6명이 업무를 맡고 있다.
필자는 연초부터 영어 뉴스를 우리말로 옮기기 시작해 어느새 반년이 흘렀다. 번역할 뉴스를 확인하고, 원문을 구글 드라이브에 공유한 뒤 늦은 밤까지 초역 작업을 한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용어 확인 등을 거치고 기사를 다듬는다. 개인적으로 교리신학원에 가기 전에 일찌감치 번역 완료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나의 작은 달란트를 교회를 위해 선용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번역이 번역자의 개입으로 원문의 의도와 정확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일리 있는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언어와 문화 차이로 완벽한 대응은 어려움 그 자체다. 사실 외국어를 직역하다 보면 어색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의역과 윤문을 병행하게 된다. ‘바티칸뉴스’ 번역자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어 기사를 우리말로 바꾸지만, 필자와 다른 한 분만이 영어뉴스 담당이다. 아무튼 노트북 켜고 의자에 엉덩이 딱 붙이고 일한다. 번역은 끈기로 하는 일이라는 어느 선배의 격려가 떠오른다. “번역자는 문화의 창조자”라는 말을 보약 삼아 다음 작업이 기다려진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바티칸뉴스’와 한국어 페이지를 아는 신자들은 많지 않다. 홍보가 덜 된 탓이다. 좋은 것은 입소문 내고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가톨릭 뉴스 매체는 우리들의 사랑과 관심을 목말라한다. 이제라도 즐겨찾기 해놓고 틈틈이 서핑해 보자. ‘길’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휴대폰에 ‘바티칸뉴스’(Vatican News) 앱을 설치하면 된다. 웹에서는 한국어 페이지 주소(https://www.vaticannews.va/ko.html)를 클릭해 보자. 페이스북 또는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다.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최신 소식과 함께 교황님의 강론 등 숱한 영적 보화를 놓치지 말자. “너희는 보고 맛 들여라”(시편 34,9)라는 성경 구절이 ‘바티칸뉴스’를 알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처럼 들린다.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