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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음의 가난 / 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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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등 매체가 수도생활 위기로 다가온다는 주제로 프란치스칸 수도자들이 6월 15일 서울 평창동 작은형제회 성안토니오수도원에서 대화 나눔을 했다. 가난을 추구해야 하는 수도회가 봉쇄구역까지 들어온 인터넷, 스마트폰 등 풍요에 익숙해지고 세속화한다는 것이다.

매체 사용을 금지하면 해결될까?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할 틈이 없는 생활이야말로 문제가 아닐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박순자(요세파) 수녀도 “일 중심적인 한국 수도회는 그분과의 내밀한 성찰에 잠길 여유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하느님 외의 것들은 비우는 ‘작아짐의 영성’ 부족이 문제지 스마트폰이 원인이 아니라는 말로 다가왔다. 매체를 사용해도 내면이 신적 현존으로 충만하다면 오히려 그를 통해 신을 통찰하는 혜안이 자라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작아짐의 영성’은 어떻게 추구할까. 간단하고도 어려운 해답을 들었다. 마음의 가난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백남일(요셉) 신부가 발제 중 추천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8가지 생각」을 통해 알게 됐다. 마음의 가난이란 ‘바쁜 사람이 곧 중요한 사람’이라는 문화에 발을 들이지 않고 내면을 비우는 영성이었다. 물질적 빈곤이 아니라 욕심, 자기 의지를 비워낸 마음속 빈 곳에 자신처럼 보잘것없고 내적 겸손을 이룬 이웃들과 유대하는 마음밭이었다.

영적 풍요는 과연 공허한 극기가 아니라 마음의 가난만이 가능케 하는 사랑에서 솟아났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다’는 노래처럼, 마음의 가난을 잃어버린 삶이 현대인들이 하느님과 멀어져 겪는 영적 갈증의 참 원인이라고 믿는다.
박주헌 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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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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