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995년부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해마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오고 있다. 이날은 사제들이 그리스도를 본받고 복음 선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갈수록 세속화되고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커져가는 이 시대에 사제들의 성화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사제들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아 그 사랑과 자비를 전하며 많은 이들을 구원으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교회 내 성직주의와 권위주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성직주의, 권위주의와 이로 인한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단지 성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자들의 무관심 혹은 수동적인 태도 역시 변화돼야 한다. 평신도 스스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지녀야 하며, 자신들이 사제의 성화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제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되새기며 성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모든 교회 구성원들도 함께 기도하며 힘을 보태야 한다. 사제 성화는 사제들만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관심과 기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날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축성하는 모든 사제들이 거룩함에 이르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권위’를 지니셨지만 ‘권위적’이지 않으셨던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온유하고 겸손한 사제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