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인 어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습니다.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순택 대주교는 증오가 아닌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을 때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VCR]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정전 70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는 정전 70년, 남북의 갈등은 우리의 사회와 일상에서도 분단의 문화를 만들어왔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치적인 갈등뿐만 아니라 노사 갈등, 세대 갈등, 그리고 젠더 갈등 등 많은 갈등들이 우리 사회 안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대화하기보다는 혐오하고 배척하는 문화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듯 합니다."
이날 복음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마태오복음 18장 말씀.
정 대주교는 끊임없이, 또 중단 없이 지속해서 용서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일깨웠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용서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용서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고, 상처의 기억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유의 과정입니다."
그러면서 이제 남북관계는 70년의 갈등을 넘어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증오를 걷어내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순택 대주교는 "기도는 그 어떤 무기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며 매일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모경을 바칠 것을 당부했습니다.
남북한 당국을 향해선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남과 북이 더 큰 살상무기로 서로를 위협할 것이 아니라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며, 길고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화해와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아울러 이런 우리의 기도 안에서 식량과 의료품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의 형제, 자매들을 기억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을 맞는 7월 2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특별 미사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거행됩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