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채 2년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교황의 탈장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합병증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구나 교황의 건강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해 86세인 교황은 적어도 한쪽 무릎이 좋지 않으며 만성 신경통을 앓고 있으며 비만이다.
6월 7일 3시간에 걸친 교황의 수술은 전신 마취로 진행됐다. 교황은 지난 수술 당시 전신 마취 후유증을 겪기도 했지만 이 후유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마요 의료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으로 전신 마취를 한 환자는 기억력과 사고능력에서 미묘한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전신 마취가 어떤 후유증을 남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곧 알게 되겠지만, 교황청은 이번 수술이 그의 바쁜 일정에 휴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황은 오는 8월 포르투갈과 몽골, 9월에는 프랑스 마르세유를 방문하는 등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입원 전부터 교황의 나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뿐만 아니라 다른 교황에게도 교황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은 75세가 되면 로마의 주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때때로 교황은 이들이 더 오래, 심지어 80살이 되도록 계속 일하도록 하고 있다. 80살이면 추기경들도 더 이상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없는 나이다.
이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 은퇴 연령에서 이미 11년이나 더 일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교황직의 무게가 주교나 사제의 직무보다 더 무겁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보편교회에서 즉각적이고도 완전한 권위를 갖고 있는 교황들이 이렇게 고령에 이르기까지 직무를 맡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 교황도 다른 주교들처럼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연령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까? 만일 이것이 미친 짓이고 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까지 주교의 연령 제한도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 열띤 토론이 있었고, 1966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주교들의 은퇴 연령을 75세로 정했다.
분명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합당한 이유를 들어 연령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왜 로마의 주교에게는 적용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성사적으로 로마의 주교는 다른 주교들과 다르지 않다. 그저 다른 주교들에게는 없는 특권과 권위를 갖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교황의 특권은 로마제국 멸망 후 커지기 시작했고, 19세기 제1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황의 무류성을 선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로마의 주교와 주교단 사이의 간극은 벌어지기 시작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이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교황은 계속해서 다른 주교들과 다른 ‘슈퍼 주교’(Super bishop)로 남아있다. 이는 성사적으로 교회적으로 큰 문제다.
하지만 로마의 주교는 슈퍼 주교가 아니며 인간적으로도 슈퍼맨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교황을 슈퍼맨으로 여기는 것을 멈춰야 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주교의 은퇴 연령을 정한 지 60년이 됐다. 초창기 많은 주교들이 이에 반발했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하나의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교황의 사임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됐다. 하지만 이것이 의무가 돼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하기를 꺼릴 것이다. 교황이나 시노드, 공의회 등이 권위를 갖고 로마의 주교에 대한 연령 제한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로마의 주교 나이를 80세 정도로 연령 제한을 하거나 교황직 수행 기간을 10~12년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젊은 교황을 뽑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고 교회를 더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법령이 생기기 전까지 교회는 사도좌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분별력과 용기, 겸손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도 로마의 주교를 비롯한 주교들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21년 수술 후 교황은 움직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교황은 “내 나이와 나의 한계를 생각하면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몸을 아껴야 한다”면서도 “반면 진심으로 사퇴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진짜 사퇴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