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단상] 자랑 (김태훈 제랄도, (사)우리들의 성장이야기 대표, ''총각엄마'' )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제가 아이들을 자랑하는 건 제 일에 대한 공치사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고, 자존감도 높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또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우리 아이들이니 남들에게도 소중히 여겨달라는 마음입니다. 자랑은 양날의 검과 같아 잘못 말했다가는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저 못지않게 저와 우리 아이들을 아껴주시며 자랑하기 바쁘신 분이 계십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에서 베네딕도 성서학교를 운영하시는 김레나 수녀님이십니다.

“자기가 낳은 아이도 버리는 각박한 세상에서 장가도 안 간 총각 김태훈은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 삼촌과 이모가 되고, 밥과 옷과 집이 되어 아이들을 돌보며 한결같이 기쁘게 살아갑니다. 제 주변에 가장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김태훈을 꼽습니다. 그는 제게 예수 마음을 삶으로 보여 주는 ‘예마’ 김태훈입니다. 수도서원은 제가 했지만, 서원의 본질인 사랑을 더 아름답게 사는 사람은 김태훈입니다. 저는 그저 김태훈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감탄하며 함께 걸어갑니다. 이런 김태훈을 만나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섭리의 날개를 타고」 본문 중)

저와 수녀님은 2009년 북한산 밑 청수골 정릉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저와 아이들이 사는 집 아래층에 기치료를 하시는 분이 계셨고, 수녀님은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치료를 받으러 오실 때마다 위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누가 살고 있는지 치료사분을 통해 우리 가족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 뒤로 수녀님께서는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듣고는 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는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성북구청도 골치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녀님께서는 거침없이 성북구청장을 찾아가 집 문제를 해결하려 하셨고, 구청에서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수녀님께서는 구청장에게 “지금은 애물단지처럼 느껴지겠지만, 반드시 성북구의 보물단지가 될 겁니다”라고 하시며 청장실을 나오시는데, 저는 그때 격한 감정을 누르느라 수녀님께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지금보다 더 만연하던 시절이었고, 준비가 미흡한 제도 속에서 사회 편견과 늘 싸워야 했던 저와 아이들은 사실 관을 상대로 해야 하는 일에서 늘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보물단지라 말씀해주시는 수녀님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독신자이신 수녀님은 저를 하느님께서 주신 아들이라고 하시고 저와 우리 아이들을 안아주셨습니다.

아들과 손주가 생긴 수녀님께서는 많이 바빠지셨습니다. 성서학교 학생들과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 집 문제를 해결해주셨고, 매년 성서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김장을 책임져 주시고, 우리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거나, 상을 받아오면 수녀님께서 제일 먼저 자랑하기 바쁘십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주님의 뜻을 전하는 나룻배에 지나지 않아”라며 모든 일을 주님의 공으로 돌리시는 수녀님께서는 보청기를 사용하시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이젠 연세도 많으시니 마음 편히 응원하며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수녀님께서는 걱정이 많으십니다. 제가 못나서겠죠. 그러고 보니 저는 지금까지 우리 수녀님을 자랑한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 시간을 빌려 많은 분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제게는 김레나 수녀님이 계십니다.



김태훈 제랄도, (사)우리들의 성장이야기 대표 ‘총각엄마’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7-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7

야고 1장 6절
결코 의심하는 일 없이 믿음을 가지고 청해야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