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종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중국 문화에 따라 인도돼야 한다는 점을 종교 지도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천루이펑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은 최근 천주교ㆍ개신교ㆍ불교ㆍ도교ㆍ이슬람 등 5대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연수에서 ‘중국적 특성’을 가진 종교를 형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정부의 종교 정책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고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이 보도했다. 국가종교사무국은 중국의 종교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중국적 특성을 가진 종교 형성이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중국화(sinicization)’ 정책을 말한다. 종교의 ‘중국화’에는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를 따르는 종교 △외세로부터 독립된 자치(自治) 종교 △당의 지도와 통제에 따르며 사회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종교 등 정부의 종교 정책 방향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천루이펑 국장은 또 종교 지도자들에게 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우정을 증진해 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위 관료의 이 같은 당부는 중국이 종교 영역에서도 개방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발언은 외부 세계와 교류를 넓혀 중국 문화와 가치, 정체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라고 독려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자국 종교에 대한 외세의 간섭이나 영향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가가 인정한 5대 종교는 외국 종교 단체와의 접촉이나 교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가톨릭만 하더라도 주교들과 로마 사도좌의 일치 문제는 갈 길이 멀다. 신자 수는 1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교회와도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다.
‘중국화’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종교도 국가를 사랑하고 사회 발전에 봉사해야 할 소명이 있지만, 이 정책은 종교를 자칫 정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적 시각이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라면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그 고유 영역에서 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사목 헌장」 76항)는 가톨릭교회의 선언과 충돌한다.
하지만 본토 교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 홍콩교구장 스테판 차우 사우얀 주교는 ‘중국화’에 대한 해석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월 베이징교구장 리 샨 대주교 초청으로 본토를 방문하고 돌아와 예수회 교양지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와 대담했다.
그는 이 대담에서 본토 교회도 이 개념을 “자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지금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주제에 대한 대화를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교회가 ‘중국화’ 된다는 개념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 속도는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 중국 교회도 보편 교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현실은 당 지도부가 일관되게 추진하는 중국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