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캄보디아 친정에 아들 맡긴 결혼이주민 쳅씨, 사고로 남편 숨지고
쳅씨는 신장염 치료·아들은 재활치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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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 영진이와 제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아 하루하루가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영진이가 심한 장애가 있어 성장이 늦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았을 때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아이는 크고 있었습니다. 깊은 우울증에 빠진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매일이 지옥 같던 시간, 아이로 인해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36살 쳅씨는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주민이다. 한국인과 결혼하면 친정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결혼이민을 택했다. 한국으로 온 그는 2008년 아들 영진(16)군을 낳았다. 하지만 영진이가 3살 무렵, 생계 활동을 위해 아들을 친정 캄보디아로 보냈다. 불행이 닥친 건 남편이 2012년 갑자기 사고로 숨지면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은 쉬는 시간에 컵라면을 먹고 복통을 호소해 119구급대에 실려갔으나 끝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컵라면에 부은 물에 부동액이 섞여 있었다.
그 사이 캄보디아에서 자라던 아들에게 장애가 발견됐다. 친정 가족들은 장애와 관련된 지식이 없었기에 성장이 늦고 말을 하지 못하는 영진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교육기관에 보내지도, 장애등록과 치료도 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8월이 되어서야 교육과 치료를 위해 아들을 한국에 데려왔다. 폐혈성 쇼크, 당뇨병성 케톤신증, 급성 폐렴으로 병원을 오가던 영진이에게 최종적으로 2형 당뇨병, 그리고 지적장애 판정이 나왔다.
쳅씨는 생활비와 아들 병원비를 벌기 위해 화장품 판매, 친구 자녀 돌봄 일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최근에는 주ㆍ야간 생산직으로 교대근무를 한다. 문제는 물건을 던지는 등 돌발 행동과 공격성이 뚜렷한 영진이다. 특수학교 내 기숙사와 단기보호센터를 알아봤지만, 공격성이 심해 입소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가 주간 근무를 할 때 영진이는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야간 근무를 하면 아무런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잠을 자야 했다. 일과 돌봄이 겹치면서 쳅씨도 건강이 나빠졌다. 맹장염이 확인됐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수술을 미뤘다. 최근에는 복통이 있어 병원에서 갔더니 신장염이었다. 신장 이식이나 투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쳅씨는 공격성이 있는 아들을 돌보고, 신장염 치료도 하기 위해 당분간 일을 그만둘 작정이다. 생활비와 병원비가 필요하지만, 산재 유족급여를 받고 있어 추가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녀의 꿈은 아들이 잘 자라는 것이다.
“영진이는 중증 발달장애인이지만, 어린 시절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적합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전문가 선생님들과 의논해 제대로 된 치료를 꼭 받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치료와 교육을 잘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