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결과에 대해 “위험성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적인 태도”라며 오염수 방류를 앞둔 일본 정부와 이를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을 낸 IAEA를 질타했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IAEA 최종 보고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과학은 신화가 아니다. 과학은 절대 진리가 아니며, 단 하나의 정답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과 연관관계가 불확실한 경우엔 판단을 유보하고, ‘잠재적 위험성’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이어 IAEA 보고서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핵심인 ‘다핵종 제거 설비(ALPS)’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없다”며 “모든 방사성 물질을 한 번에 흡착할 순 없다. 오염수 내 핵종의 정확한 종류와 개수도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최소 수백 가지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지난 4일 IAEA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됨에 따라, 국내 시민단체는 물론 전문가들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이정윤(임마누엘)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원전 설계자로서 본 IAEA 최종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선 보고서에 나왔던 다핵종제거설비(ALPS) 성능 이야기가 삭제된 것”이라며 “핵종 제거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없고, 농도 기준으로 배출하는 것의 적합성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도명(석두 루카)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또 IAEA 최종 보고서를 두고 “오염수 해양 투기가 정당한지에 대한 평가가 없는 매우 편협한 시각의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수십 년간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기 위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절차가 국제안전 기준에 일치하는지 평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다른 대안에 대한 타당성은 평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교회 주교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이자, 도쿄대교구장인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는 6일 미국 가톨릭매체 CRUX와의 인터뷰에서 “핵발전소 사고 이전 정부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공언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대중은 물론, 이미 재난을 경험했던 지역 주민들은 그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쿠치 대주교는 “건강과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 우리는 정부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오염수 방류 정책을 철회할 것을 계속해서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 교회도 6월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염수를 공해상으로 투기하는 일은 수십 년, 수백 년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 환경을 장기적으로 해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투기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관련 기사 7면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