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복음을 전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모임인 ‘라틴아메리카 한국 가톨릭 선교사회’(AMICAL, 이하 아미칼, 회장 김현진 신부)가 설립 25주년을 맞아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제25차 모임은 3~7일 과테말라 사카테페케스 산 루카스 육화의 말씀 수도회 피정의 집에서 ‘와서 쉬어라’를 주제로 열렸다. 모임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해 수녀 47명, 평신도 선교사 3명, 사제 22명 등 총 73명의 회원이 참여해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아미칼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내와 의미를 더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하느님께서는 한국 교회를, 오늘날 약 1000명의 선교사들을 세계 69개국에 파견한 교회로 성장하게 하셨다”며 “한국 선교사들은 그들의 특징인 근면함과 진실함으로 이미 세상의 여러 구석들에서 풍부한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한국의 주교, 신부, 수사, 수녀, 평신도들에게, 새로운 선교 열정으로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 한계를 뛰어넘어 투신하도록 격려하고 싶다”면서 “주님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나눔으로써,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은 더욱 풍요로운 영성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영웅적인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불꽃을 생생하게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유흥식 추기경도 이튿날 회원들을 만나 자신도 바티칸에서 한국인 선교사로 살고 있다며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살 것을 강조했다. 5일에는 과테말라 산티아고 대교구 교구장 곤살로 데 비야 이 바스케스 대주교가 아미칼 모임에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특별히 과테말라 교회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선교사들은 성시간, 선교 연차별 나눔, 영화 ‘탄생’ 시청, 선교현장 방문 등 풍요로운 프로그램 안에서 위로와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중남미에서 선교하던 신부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아미칼은 그 성격과 평가가 긍정적으로 이어져 수도자와 평신도도 함께하게 됐다. 이후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산하로 소속되면서 오늘에 이르러 현재 200여 명의 회원이 중남미 대부분 지역에 선교를 나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재정 문제를 비롯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고, 정기 총회에서 이러한 문제들도 허심탄회하게 다뤄졌다.
아미칼은 4박 5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정치·경제적으로 혼란한 중남미에서 큰 힘을 얻고 한국 교회 선교사로서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현재 니카라과 교회 같은 경우 실제 종교 박해를 겪고 있어, 그곳에서 선교하던 한국 수녀는 거주권마저 빼앗겨 결국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이티의 경우에도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인 수녀가 활동하는 본당의 주임 신부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병원을 운영하는 수녀도 표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등 어려움이 많다.
아미칼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시간으로, 막 선교를 시작한 선교사부터 30년 이상 활동해온 선배 선교사까지 아미칼 모임에서 서로 위로하며 힘을 얻고 있다.
아미칼 회장 김현진 신부는 “선교는 파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가 필요한 활동”이라며 “모임 안에서 한국 교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하느님 말씀을 전할 힘을 다시금 얻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질적 어려움에 대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한국 교회가 함께 고민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큰 위로를 받았다”며 “기도 안에서 함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기 연수회는 2024년 페루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