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제28회 농민 주일이다. 서울대교구가 농민 주일을 맞아 기념 미사, 우리 농민과 함께하는 ‘찬미받으소서’ 행동, 생명농산물 나눔장터 ‘명동보름장’을 진행하는 등 전국 여러 교구에서 농민 주일을 맞아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주교회의도 농민 주일 담화에서 “생명을 가꾸고 길러 내어 소출을 얻는 농사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이 시대는 우리에게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생태 사도’가 되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도, 담화도 새로울 것은 없지만, 농민 주일을 맞아 우리 현실을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던 한 농민은 굉장히 공허하고 외롭다고 했다. 이는 각종 농업 현안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뜻이다. 4월 대통령이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왜 그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기후 변화에 따른 재해로 생명농업이 큰 타격을 받고, 생명농산물 소비가 급감해 버티기 힘들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도시민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50~60대 세대만 하더라도 고향이 있어 농촌과 연결됐지만, 20~30대 젊은층은 그런 연결고리도 거의 없다.
농민 주일이 만들어진 건 29년 전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관련이 깊다. 그렇지만 그 사이 농촌과 도시 본당이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은 없다. 최근 농민은 후계자가 없어 농사를 접고 농촌공동체가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농업과 농촌이 없으면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미 농촌은 충분히 외롭다. 이런 현실에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외롭지 않도록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