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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김건희 도로에서 마주달리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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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내전상태” 한국전쟁이 휴전 된지도 어느덧 70년. 하지만 지금 이 땅에는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다니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말폭탄을 주고받습니다. 비난과 갈등, 혐오와 저주가 난무합니다. 우리는 없고 나와 너만 있으며,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느냐가 바로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됩니다. 미래를 논하는 토론은 없습니다. 그 전쟁은 바로 양당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정치적 갈등입니다.

이번에도 거대 양당은 크게 붙었습니다. 서울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2031년 개통 예정으로 2년 전 예비타당성까지 통과한 서울 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갑자기 변경합니다. 새로 변경된 종점으로 건설비는 늘어났지만 교통량 분산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롭게 변경된 종점에 축구장 3배 크기의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갑작스러운 종점 변경이 혹시 김건희 여사 일가에 개발 호재를 몰아줄 목적의 특혜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달 6일 사업 백지화를 선언합니다. ‘차라리 다음 정권에서 하라’며 지역 숙원사업을 무산시켜 버렸습니다.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국책 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해 버린 모습은 장관의 책임있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토지보상처럼 국토교통부는 갈등이 많은 부처인데, 해결하기 조금만 어려우면 무조건 백지화로 대응할지 의문입니다. 의혹이 있으면 밝히면 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 잡으면 될 일입니다. 이런 강경한 자세가 정말로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지 더 큰 의혹을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대결 정치의 가장 큰 피해를 국민이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백지화되자 양평군 주민들은 ‘양평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거대 양당의 정쟁으로 정치인들의 정쟁만 난무할 뿐이지 낙담한 양평 시민들의 낙담과 분노는 누가 위로할지 아무도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단의 정치, 대결의 정치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양심과 상식으로 이루어지는 합의가 아니라 진영의 논리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요즘의 정치입니다.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게 만드는 정치입니다. 진영에 따라 시민들마저 갈라져 어떤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좋음과 싫음의 문제로 대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이 대결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주 가톨릭평화신문에서 조민아 교수는 우리 정치가 권력을 유지 획득하기 위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극복 방법으로 사랑을 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선택은 폭력을 당하고 길바닥에 내쳐진 이들을 모른 척 지나쳐 반대편 길로 건너갈 것인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어깨를 일으켜 이웃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지, 어느 정치인을 편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당파성은 소외된 자들을 위한 당파성이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건희 도로에서 마주달리는 정치>입니다. 나라를 갈라치는 대결의 정치를 이용해 권력만을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치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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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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