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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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스위스 안락사 한국인 10명, 심각한 생명 문제 해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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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안락사, 조력자살이 허용된 스위스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한국인이 10명으로 추산되고, 조력자살 단체에 가입한 사람과 대기자가 300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는 전직 의료진도 있다는데요.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자살로 불리는 죽을 권리.
 
가톨릭교회는 이를 살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박은호 신부님과 전진상 의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의 노상미 센터장님을 모시고 의사조력자살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신부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스위스 안락사 한국인들 소식 들으셨을 때 신부님 어떤 심경이셨는지요?
 
일단은 좀 놀랍기도 했고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자살율이 높다는 것과 연관돼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자꾸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그런 문화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좀 안타깝고 우려가 됩니다.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는 엄연히 다른데요. 둘의 차이점과 가톨릭 교회가 안락사를 반대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명의료중단은 임종과정에 들어선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요. 가톨릭교회가 말기
 
안락사는 누군가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특히 가톨릭교회가 인간의 생명을, 또 말기나 임종에 있는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억지로 연장하는 것도 분명히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의 생명을, 또 죽음을 인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센터장님께 질문을 드려볼게요.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이 가운데엔 전직 간호사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죽기보다 무서운 끔찍한 고통을 겪는 환자를 많이 봐왔기에 이런 결정을 했다는 건데요.
 
이러한 선택이 과연 최선일까요?
 
노상미 센터장님께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고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찾아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고통이라고 표현하신, 병으로 인한 통증은 우리가 현재 사용 가능한 마약성 진통제와 여러가지 통증 보조제와 시술을 통하여 대부분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병의 치료에 집중하는 의료 체계 안에서 통증에 대한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여 고통을 겪는 환자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간호사, 의사라고 하는 의료인의 대표성을 띈 분의 경험과 말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인 대다수조차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분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기 암환자를 비롯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 분들을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는 통증 조절 뿐 아니라 병으로 인한 여러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루어진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끔찍한 통증을 피하기 위한 죽음이라는 선택과, 생애 말기에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전인적 돌봄이 이루어지고 죽음을 삶의 한 단계로 준비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살아가는 선택.
 
제가 호스피스 의사로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제가 제 앞의 누군가를 돌보는 것과 같이 저와 제 가족 또한 그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의 돌봄과 사랑 안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많은 분들은 말기 환자의 통증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말기 환자의 통증 관리는 어느 정도 가능한가요?
 
국가 암 정보센터에 따르면, 암 환자의 70~90가 통증 관리 원칙에 따라 관리를 받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희가 10 병상의 작은 의원이긴 하지만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는 1년 내내 한 손으로 다 세지 못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나 혹은 호흡곤란, 섬망 등 조절되지 않는 증상에 대하여도, '완화적 진정요법'이란 치료를 통해 수면 진정제'를 사용하여 의식저하 시킴으로써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마지막 방법이 있어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이 피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은 없다고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실제 현장에서는 통증보다는 마지막 삶의 단계에서 통증도 조절되고 증상이 없음에도 찾아오는 실존적인 고뇌와 그에 따른 고통. 통증이 아닌 고통이라고 표현되는 것에 대하여 더욱 어려움을 가지시는데요.
 
이를 위하여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삶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실 수 있도록 진심을 가지고 동반하는 것이 호스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에 따르면 안락사에 찬성한 국민이 81, 의사는 절반, 국회의원은 85나 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낙태죄 폐지부터 안락사 법제화 운동까지...한국 사회가 점점 반생명적인 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부님께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통적으로 우리가 경제발전에 치중하면서 인간생명과 같은 가치를 배재하면서 발전해온 그런 부분들이 있고요. 특별히 물질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생명의 본래적인 가치를 사람들이 점점 잊어버리고 또 내 삶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 혹은 내가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이런 쪽으로 자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들이 자꾸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센터장님께 여쭤볼게요. 조력자살의 법제화는 자살을 합법화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법제화의 예상치 못한 결과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센터장님께서는 지금 한국의 의료 상황에서 이 법이 제정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리라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굉장히 두렵고 슬픈 마음이 듭니다.
 
지금과 같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도 충분히 자리잡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이 입원대기 중이기도 하고, 많은 의료진들도 호스피스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병동에 와서 임종기 가족의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들을 반복하여 겪으면서 충분히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누리지 못하고, 혹은 선택하지 못하고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스스로도 모르게 떠밀린 선택을 하게 되는 분들이 계실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정말로 존엄한 죽음과 존엄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잘 살 수 있는 의료 환경, 복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여러 복지 체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방송이라서 신자로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면 가장 힘들고 무너지는 시기에 하느님께 매달리고, 함께하심을 깨닫고, 그 사랑으로 딛고 일어나 성장함을 기억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시기가 결코 편하고 즐거운 시기는 아니지만, 그 시간을 두려워하고 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나 스스로 살아내기 어려운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돌봄 안에서 내 삶의 그 어느 시기보다 더욱 진실한 나를 만나고, 하느님을 느끼고, 타인의 사랑을 경험하는 아름다운 시기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가톨릭생명윤리위원장이신 박은호 신부님과 전진상 의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 노상미 센터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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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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