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살다 보면 제 생각과는 다른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과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도 우리 그룹홈을 진짜 집이라고 생각하며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외부에서는 우리 집을 ‘시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로 바라봅니다.
얼마 전 우리 집 아이의 학교 담임선생님이 제게 전화하셨습니다. 어느 기관에서 아이를 기관 캠프에 데려가겠다며 협조공문을 보낼 테니 출석으로 인정해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은 보호자가 아닌 기관에서 직접 연락한 것이 의아해서 전화를 주신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북한 이탈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주겠다는 수많은 단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도움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독이 되고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나는 삼촌 허락 없이도 다른 곳에서 부르면 가야 하나?’, ‘내가 시설에 사는 무연고 북한 이탈청소년이구나.’
우리 집을 진짜 집이라고, 그리고 가족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안정을 찾아가던 아이들이 흔들리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퇴소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우리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우리 그룹홈은 무연고 북한 이탈청소년들의 수가 많아졌을 때,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로 한 곳을 더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룹홈 두 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류상으로 어떤 아이는 새터민청소년그룹홈 ‘가족’에, 또 어떤 아이는 ‘한식구’에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서류상의 문제일 뿐, 아이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또한, 입소ㆍ퇴소 등과 같은 서류상의 문제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자립을 돕겠다며 생긴 지자체 전담 공무원들이 정기적인 상담과 양육상태를 점검하러 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별 상담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불안감이 아이들 마음속에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삼촌, 나는 몇 살까지 여기서 살 수 있어?”, “나는 학교 졸업하면 이 집에서 나가야 해?”
“다른 형들은 다 퇴소를 한 거야?”, “나 안 나가면 어떻게 돼?”
우리가 믿고 있었던 ‘가족’이라는 존재가 흔들리며, 다시금 ‘무연고 북한 이탈청소년’이라는 존재의 불안함이 가득 차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가슴 따뜻한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으면 손을 내밀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기에 저도, 우리 아이들도 큰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례는 본의 아니게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는 전체화된 제도와 시스템으로 다가가기보단, 집단 혹은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세심하게 접근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룹홈도 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단순히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겠지’라고 판단하고 사전에 조율 없이 접근하는 행동의 결과는 오롯이 우리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입니다. 분명 좋은 마음에서 시작하고, 문제의식을 느껴 만들어진 시스템에 면밀한 점검과 함께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우리들의 성장이야기 대표 ‘총각엄마’ 김태훈(제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