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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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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은 6·25 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3년 1개월간 이어진 6·25 전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러나 눈물겹고 따뜻한 인간애의 열망이 반영된 두 개의 작전이 있었다. 1950년 12월 바닷길에서는 ‘흥남철수작전’이, 하늘길에서는 ‘유모차 공수작전(Kiddy Car Airlift)’이 있었다. 이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피란민 1만 4000여 명을 태운 미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 서울에 있는 전쟁고아 1000여 명을 트럭과 C-54 수송기로 제주도에 대피시킨 미국 제5공군의 군목(軍牧)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 두 사람은 한국전쟁의 영웅을 넘어 휴머니즘의 표상이 됐다.

포화 속에서 전쟁고아를 무사히 탈출시켰지만, 명령 불복종으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블레이즈델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 임무가 죽음에 내몰린 아이들을 죽게 놓아두는 것이라면 곧바로 전역하겠습니다.” 또 작전에 함께한 전투기 조종사 딘 헤스 대령은 “우리가 승리를 목표로 전쟁하고 있지만, 어린아이들이 다 없어진다면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왜 싸우는지 알지 못한다. 전쟁으로 부모와 생이별하고 어디론가 끌려가 굶주림과 공포에 떤다. 뛰어놀고 공부하고 꿈꿀 권리를 빼앗긴다. 가정의 온기도 느끼지 못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으로 기본권을 박탈당한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하느님께 올라가고 있다며 어른들이 벌인 부끄럽고 파괴적인 전쟁을 제발 멈춰 달라고 호소한다.

6·25 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 4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000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과 10만 명이 넘는 전쟁고아가 생겼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돼 1년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금까지 피난민은 150만 명을 넘어섰다. 어린이 50만 명이 피난을 떠났고, 이 가운데 러시아가 납치해 데려간 우크라이나 아이들만 해도 1만 95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6·25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어린 나이에 집 없는 거리의 천사(고아)로 보육원을 전전했던 분을 만났다. 전쟁의 상처를 신앙으로 치유하며 고학으로 교수가 된 그는 고단했던 삶의 역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편견이 가장 무거운 십자가였습니다.” 그래도 주님이 주신 두 어깨가 있어 어떤 무거운 십자가도 짊어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전쟁고아가 될 것을 우려해 두 살 아이의 등에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적은 우크라이나 한 어머니의 필사적인 노력이 전해져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나와 남편이 죽더라도 딸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로 알려진 이 어린아이의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모의 눈물겨운 절규였고 아픔이었다.

지금 바티칸은 러시아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전쟁고아들을 부모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인도적 중재 외교(평화 임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휴전이든 종전이든 인도주의적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탄을 주고받는 것보다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전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해야만 하는 모든 일을 기꺼이 할 용의가 있습니다. 평화는 열린 채널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상황은 만들면 됩니다. 파멸을 부르는 싸움을 멈춥시다. 평화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살길입니다.”

70년 전 6.25 전쟁고아의 울부짖음과 외침이 저 멀리 전쟁터에서 들려오고 있다.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아! 언니야! 모두 보고 싶어요.” 이들 전쟁고아의 귀환을 주님께서 도와주시길 밤낮없이 기도에 기도를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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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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