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수해로 안동교구 봉화군 춘양본당 신자 한 명도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어제 춘양면 서동리에 있는 신자 집터와 또 다른 피해 신자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권 주교는 “수해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아픔에 공감한다”며 안동교구도 피해 주민 지원과 복구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힘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폭우가 쏟아지던 15일 새벽 갑작스런 산사태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 박소연씨의 집터.
[VCR] “여기가 집터입니다. (집이었어요?) 여기가 집터인데 저기서 산사태가 이렇게 내려왔어요. (아이고)”
박씨의 집은 사라지고, 집이 있던 자리엔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만 가득합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타이어와 화분은 이곳이 사람이 살던 곳이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컨테이터로 만든 집은 산산조각 나 흩어졌고, 지붕은 길을 넘어 하천 쪽으로 쓸려갔습니다.
박씨는 15일 새벽 갑작스러운 산사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던 신자 김진용씨가 박씨를 발견했습니다.
김씨는 2시간 넘게 박씨를 지키며 살리려 노력했지만 박씨는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혼자 살던 박씨의 임종을 지킨 유일한 이웃이 김진용씨입니다.
119구급대에 신고했지만 산사태로 도로가 끊겨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진용 가브리엘 / 안동교구 춘양본당, 서동리 이장>
“멀쩡히 서 있던 집이 내려와 보니 집이 안 보이는 거예요. 내려와 보니 이 밑에 나무가 꽉 차있고. 사람이 먼저 걱정이 돼서 찾아보니 사람이 또 그때 당시에는 살아 있었어요. 제가 발견했을 때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와 사제들은 박씨의 집터에서 위령기도를 바치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VCR]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지극히 인자하신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를 믿으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고인이 신자임을 말해주듯, 집에 걸려 있었을 십자고상과 앨범 등이 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현장을 둘러 본 권혁주 주교는 재난지역 선포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권혁주 / 안동교구장>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아픔을 우리가 얼마나 헤아리겠습니까. 재기하려면 쉽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가, 나라에서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서 도와주고 있지만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우리도 함께 발벗고 나설테니까 우리와 함께 지금의 이 아픔을 견뎌냈으면 좋겠어요.”
권 주교와 사제들은 법전면 다덕로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인 강재수씨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를 뚫고 들어간 강씨의 집은 절반이 잘라져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사과농사를 짓는 강씨는 무너진 집 반대편에서 잠을 청하다 산사태 소리에 대피해 화를 면했습니다.
권 주교와 사제들은 이날 우곡성지 피해 현장도 둘러봤습니다.
장마가 잠시 멈춘 사이, 주인을 잃은 꽃이 무심히 바람에 흔들이고 있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