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사회에서 가족은 혼인 또는 혈연으로만 이루어지는 관계로 규정합니다. 특히 가톨릭은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죽기 전까지는 풀어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혼은 없고 별거일 뿐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사회가 전통적으로 확립해온 가족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생활동반자법입니다.
최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국회에 발의했습니다. 생활동반자법에 따르면 누구든 같이 살기만 하면 가족으로 인정해 줍니다. 친구끼리라도 함께 살면 가족으로 인정해줍니다. 꼭 남성과 여성의 만남이 아니어도 됩니다. 성인 남성과 남성 혹은 여성과 여성이 같이 살아도 가족으로 인정해줍니다. 부부와 자녀라는 혈연중심의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라 가족의 형태를 스스로 정할 수가 있는 겁니다. 단 생활동반자는 상대방에 대해 동거 부양 의무와, 가사 등에 대한 협조 의무를 지닙니다.
생활동반자가 되면 혼인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술동의서 작성, 유산상속 순위에 관해 지금 혈연 가족에 준해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 사유리씨의 경우처럼 결혼하지 않고 자녀 출산을 할 수도 있고 입양도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친족이 아닌 생활동반자를 돌볼 때 유급휴가 또는 출산휴가를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말합니다. 혼인을 통한 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가족처럼 살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나혼자 사는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40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어 관공서 이용이나 병원이용에 곤란을 겪는다는 겁니다.
또한 고령화를 이유로 듭니다. 많은 노인들이 혈연관계와 단절되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자살과 빈곤을 막기 위해서 할머니들끼리 혹은 할아버지들끼리 생활동반자로 인정하자고 합니다.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생기면 출산율도 증가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동거가족을 인정하는 프랑스에서는 출산율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금 민법이 시대 변화를 못 따라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리는 남녀가 만나는 혼인 외에는 어떠한 형태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평생을 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교회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사랑에 부부가 신의로 함께 하는 것을 교회는 감사와 지지로 응원합니다. 또한 가정은 사랑의 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을 통해 자녀들은 사랑을 배우고 알아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회칙 ‘사랑의 기쁨’에서 사실혼이 혼인과 동등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전통적 가정의 문제를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인 자체가 경멸되어서도 안 되고 오히려 혼인의 참된 의미와 쇄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생활동반자법, 사라지는 혼인>입니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혼인을 통해 세상에 조건 없는 사랑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