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서 잔칫상을 차리자면 걱정이 많다. 어렵게 시작한 학교에 한 학기가 무사히 끝나고 긴 여름방학에 들어갈 참이니, 그동안 배운 것으로 발표회를 하고 싶었다. 발표회는 아이들이 박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박수를 받고 큰다. 내가 학교를 하는 이유도, 학교야말로 모든 어린이들이 격려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또 학교야말로 어린이들을 함께 키우면서 어른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잔칫집에는 먹을 것이 있어야 하는데,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과자와 음료수 정도를 준비하자고 했다. 없는 것에 속상해하지 않고, 열심히 배운 아이들이 자신있게 발표하도록 잘 도와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때 천사들이 나타났다. 학부모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들이 바비큐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학부모회장은 북한이 고향이다. 그는 언제나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했다. 북에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워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는 아주 착한 분이었는데 그것 말고는 별로 추억이 없다고,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고향인 아버지 네 사람이 삼겹살과 닭날개 20킬로그램을 준비해 왔다. 이렇게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며. 고기를 학부모가 준비하면, 나머지는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장을 보러 갔다. 음료수와 야채를 조금 샀다. 마침내 잔칫날이 됐다. 학교 입구에 음식이 놓이기 시작했다. 복숭아, 오이, 수박, 상추, 음료수가 박스로 쌓였다. 어떤 엄마들은 직접 만든 김치, 샐러드, 잡채를 한 통 가득 들고 왔다. 나는 어떤 이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가져온 것을 아무 자랑 없이 놓아 두었다.
이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주제 발표를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며 웃고, 기뻐하고, 박수를 쳐 주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마당에서 음식을 나누었다. 아버지들이 숯불에 구운 고기는 50명이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았다. 야채와 과일, 밥과 반찬도 남은 게 한 가득이었다. 봉지 봉지 담아서 여럿이 나눠 가졌다.
한 어머니가 말했다. 그이도 북한에서 왔다. “성경적이네요.” 우리는 그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 가득 남았다는 것을 이곳에서 함께 경험함을 감사했다.
이향규 테오도라(뉴몰든 한글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