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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성당 다니십니까? / 최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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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는 벅찬 기대로 시작하여 주님의 은총으로 마무리했다. 우리 국토 곳곳에 자리 잡은 천주교 성지는 감동과 기쁨의 장소이면서 아름다운 곳이다. 순례와 여행은 보람과 성취감을 동시에 맛보며, 그리스도인으로 자긍심을 내세울 수 있는 축복장을 받는 일석이조의 기쁨이 있다. 축복장을 펼치는 순간, 순례와 여행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감동이 쉽게 멈추질 않는다. 감동과 기쁨의 기억들은 신앙생활의 디딤돌이 되어 주님 따라 신앙 찾는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새로운 여정은 성당과 공소 순례를 우선으로 하고, 행선지를 옮기며 만나는 자연 속에서의 정신적인 안정과 육체적인 단련을 목표로 계획을 세운다. 효율적인 이동과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캠핑카는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춘하추동 계절 따라 보는 재미와 하느님의 성전에서 머무는 시간을 구속받지 않아 편리하고 유익하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산천초목은 주님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증거가 된다. 성무일도를 바칠 때 기쁨의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와 벅찬 감동을 맛보고 영혼과 육신이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 “주님의 업적들아, 모두 주님을 찬양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다니 3,57)가 포함된 찬가는 앉은 자리를 환상의 장소로 느끼게 한다. 특히 하느님이 맺어준 나의 반쪽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장소는 기쁨과 사랑의 공간이 된다.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이 흐르는 우리의 터전은 하느님이 마련하신 공동의 집이다. 공동의 집에는 아름다운 꽃에 꿀벌이 모이듯 자연을 즐기기 위해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군중이 모여 그리스도를 알릴 수 있는 적절한 선교의 장이 된다. 자연의 소리는 음식에 맛을 더하고 몸은 멋지게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다. 맛있는 식탁과 멋스런 풍경은 식사 전 기도를 장엄하고 우렁차게 하게 만든다. 식사 후 기도에는 일용할 양식이 활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주님께 향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식사 후 차를 마실 때 쯤 “선생님, 성당 다니십니까? 사실 저도 세례는 받았는데 요즘은 쉬고 있습니다.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니 부끄럽지만 반가워서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하고 말을 건네는 반가운 손님(?)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손을 맞잡고 이름과 세례명, 본당을 알리며 대화의 끈을 이어간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 가까운 성당을 찾아 미사 참례 후 신부님과 면담을 권유하고 여행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신자끼리 나누는 대화는 신앙적인 친교의 시간이 되어 회두권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여행을 준비할 때 성당과 공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사시간을 확인한다. 성당 순례는 제대의 거룩함과 성모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다. 특히 공소는 옛 형태를 간직하고 있어 신앙선조들의 신앙생활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교회사의 장소가 된다. 현대화된 도시 성당의 화려함, 옛것을 그대로 간직한 시골 성당의 단순한 모습에서 교회의 발전을 배우게 된다. 미소로 반기시는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성전 제대에 깊은 절을 하면서 예수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꾸준함인 것처럼 선교도 강력한 권유가 아니라 꾸준함이어야 한다. 선교와 회두권면은 시간과 장소가 별도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선교의 장소가 되고 시간이 됨을 여행과 캠핑에서 터득한다. 나의 언행과 생활, 즉 일상이 선교 활동임을 깨닫고 선교는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항상 이루어진다. 이 세상에서 삶이 멈출 때까지 선교를 이어가고 싶다. 주님의 도구로서….
최상원 토마스 명예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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