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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아나바다’를 다시 생각하다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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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당시 기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유행어다. 유치원생의 머리로 낑낑대며 그 의미를 궁리하다 부모님에게 답을 듣고 무척 허탈해 했던 기억이 난다. ‘뭐야, 겨우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의 첫 자라고? 어른들도 시시한 면이 있구나.’ 그땐 물자 절약과 자원 재활용을 실천하자는 아나바다 운동의 의의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고 철도 없었다.

그 뒤로 기억 저편에 묻었던 아나바다가 최근 우연한 계기로 다시 관심을 끌었다. 7월 29일 설립 30주년을 맞은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 기사를 쓰려고 자료를 보던 중이었다. 1993년 8월, 출범 한 달도 안 돼 「아나바다」 창간호를 발행했다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나바다가 외환위기 때 나온 신조어가 아니었다. 그보다 4년 더 일찍이, 그것도 가톨릭교회에서 쓴 말이라는 게 놀라웠다.

곧장 옛 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이미 1990년부터 YMCA에서 왕왕 써온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쨌든 가톨릭환경연대가 일찍이 사용했단 사실은 틀림없었다. 더 나아가 가톨릭환경연대는 아나바다의 의미를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한 주역이었다. 쓰던 물건을 어찌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물ㆍ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줄이기를 생활화하자는 ‘아나바다 가정 만들기’ 운동을 펼친 까닭이다. 운동에 참여한 가정들은 기후위기를 맞은 지금 우리보다 더 열심하고 성실했다. ‘녹색소비 달력’을 만들어 매일 점수를 매기고, 폐식용유로 비누 만들기나 퇴비화 공장 견학 등 다양한 체험도 했다.

오랜 기사에 나온 미래 세대를 위한 이들의 노력이 고맙게 느껴졌다. 기후위기를 막진 못했지만, 이들의 작은 실천이 그나마 ‘지구 종말의 시계’를 늦춘 것은 아닐까. 인류가 앞으로 30년을 ‘생존’할지조차 불확실한 시대, 가톨릭환경연대가 보여준 ‘아나바다’ 정신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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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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