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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9주일-물 위를 걸을 게 아니라 지상에서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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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마태 14,23)

피서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 소위 바캉스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오늘 복음의 배경은 어쨌든 시원하게 느껴지는 산수(山水)가 있는 곳입니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내달리는 수상스키가 생각납니다. 물 위를 걸으신 주님이 수상스키의 원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방 예수님을 따라서 잠깐이라도 물 위를 걷는 데 성공한 베드로도 대단해 보입니다. 사람이 물 위를 걷는 것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경우, ‘오너라’라는 주님의 말씀에 자신을 던지자 물 위에 뜰 수 있었습니다. 온전히 주님 말씀과 하나가 되었을 때 거칠 것 없는 자유를 맛보았을까요.



1. 복음화를 위한 ‘활동’과 ‘나눔’

예수님과 제자들의 동선을 보면서 신앙생활의 세 가지 요소를 생각해 봅니다. 마르코 복음을 보면 더욱 분명해지는데, “사도들이 모여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마르 6,30)는 대목입니다. ‘활동’이 있고 ‘나눔’(보고)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활동입니다. 좁은 의미의 활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삶이 곧 활동이라는 고양된 의식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복음화는 시작됩니다.

두 번째는 그 활동(삶)을 나누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찰되지 않은 경험은 무익하다 했습니다. 어떤 영성가는 “우리는 경험으로 배우지 않고,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배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신앙생활에 가장 큰 문제는 이 나눔의 자리, 즉 공동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우들이 삼삼오오 동네에서 만나는 소공동체가 중요합니다. 삶을 나누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말씀이신 주님을 모시고 말씀을 듣고 일상(활동)을 나누면서 주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을 복음화하는 평신도 사도직의 핵심입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감격에 차 복음화를 위한 대안으로 여겨 탄성을 지른 소공동체입니다.

2. 세 번째는 쉼입니다.

제자들이 ‘활동 보고’를 마치자, 주님은 따로 외딴곳으로 가 좀 쉬라고 말씀하십니다.(마르 6,31 참고)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홀로 산에 오르십니다. 주님에게서 드물게 보는 모습이 아닙니다. 저녁 늦게까지 병자들과 씨름하시고 그 다음 날 어김없이 새벽녘에 외딴곳에서 기도하셨습니다.(마르 1,32 이하) 주님에게 홀로 머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했나 봅니다. 하느님 안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은 기도 후에 말씀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사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38절)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선, 산을 할퀴고 바위를 바수는 바람 가운데에서도 지진이나 불 속에서도 하느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역동적인 움직임 이후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가운데 계셨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 안에서 쉬는 피정이야말로 진정한 피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천 명이 넘는 군중들을 먹이시고 수많은 병자를 낫게 했으니 대단한 성공입니다. 우쭐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밤새도록 역풍으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빵의 기적을 보고 인생 문제, 이제 해결되었다고 여겼을지도 모릅니다.(마르 6,52 참고) 베드로는 잠시 물 위를 걸었지만, 그만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물속으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실패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늘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도 공동체에서 나누고 성찰하면 은혜가 됩니다. 고난과 실패는 교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방이 됩니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이 배웁니다.

우리 신앙생활은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깨달아가는 여정입니다. ‘그가 그분으로’, 그리고 ‘당신, 스승으로’ 그리고 ‘주님으로’ 고백하게 됩니다. 주님께 대한 앎은 놀라움과 함께 사랑이 생기고 사랑은 따름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일상일 수 없습니다. 충실히 주님의 뒤를 쫓는 것이 우리에겐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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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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