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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 / 박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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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력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다룬 소설 한 권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이고 주인공은 ‘아마니’라는 양치기 소녀였습니다.

잘 알다시피 유다인을 향한 유럽의 학대는 오래 됐습니다. 그 학대가 극에 달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은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인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유다왕국의 땅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다인들의 건국을 허가합니다. 바로 1947년 UN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입니다.

당시 결의안은 아랍인의 1/3을 차지하던 유다인에게 팔레스타인 영토의 56를 배정했습니다. 그 영토는 지역경제의 중심인 올리브 농장과 곡창 지대가 80 이상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와 맞물려 영국이 1948년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통치를 포기하자, 유다인들은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합니다. 이후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 한 가운데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게 장벽을 세우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의 간헐적 저항이 있긴 했지만 무장한 이스라엘에 의해 번번이 꺾이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는 그 과정을 담담히 그러나 아프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치기가 된 ‘아마니’는 자신들이 살던 공간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과정에서 모두 빼앗기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큰 아빠, 아마니의 집, 그리고 양에게 풀을 먹이던 씨도의 산봉우리까지 말입니다. 저항 아닌 저항을 하려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쫓겨납니다. 불도저를 향해 돌팔매를 하던 아마니의 몸짓도 무기력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무슨 권리로 이러는지 모르겠소”라고 묻는 아빠의 절규에 이스라엘 장교는 “우리의 안전을 지킬 권리요. 우리의 모든 권리는 거기에서 나온다는 걸 모르겠소?”라고 강변합니다.

당시 올리브 농사를 짓고 양을 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UN결의안을 알지도 못했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의 미래를 결정했던 건 강대국들이었습니다. 그 강대국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습니다.

소설을 덮으며 이스라엘이 보인 폭력과 기울어진 정의의 모습이 혹시 우리 속에도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역시 힘을 믿고, 뒷배를 믿고, 권력과 금력을 믿고 폭력과 기울어진 정의의 사고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화해의 가장 큰 걸림돌이 폭력이고 기울어진 정의일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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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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