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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평화칼럼] 정치에도 시노달리타스가 필요하다

이창훈 알폰소(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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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같아도 이렇게 똑같을 수가 없다. 조금 주관적인 소견이지만, 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그렇다.

무엇이 다른가. 두 정당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상대 당의 정책이나 제안에 동의를 표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는 철로와 같다. 두 정당의 정강 정책 또는 강령을 보면 차이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치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두 정당은 견원지간이기나 하듯이 대립과 마찰, 상호 비난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무엇이 같은가. 정부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대내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당 대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내부적으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한 채 곧장 수면 아래로 잠수해 버리고 만다.

이런 행태는 국민을 위한 정치, 국가의 바른 미래를 위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과 동떨어질 뿐 아니라 정치 공동체 자체를 위축시키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할 따름이다. 이것이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유독 정치 분야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런 후진성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일까?

흔히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무릇 대화는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는 데서 곧 경청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청은 흠집을 낼 구실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진심을 헤아리기 위한 것이다. 경청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상호 경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이런 경청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일방적인 자기주장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판만이 난무할 따름이다. 경청이 없으니 대화의 여지가 없고 대화가 안 되니 타협이 있을 수가 없다.

가톨릭교회에는 지금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길을 함께하기’ 또는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뜻인 ‘시노드(Synod)’의 형용사형 ‘시노달레(Synodale)’에 ‘정신, 상태, 성질’ 등을 뜻하는 추상 명사형 어미 ‘타스(-tas)’를 붙인 시노달리타스는 쉽게 말하면 ‘시노드 정신’ 혹은 ‘함께하는 여정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노달리타스’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자들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용어이지만,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삶과 활동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교황청이 시노달리타스와 관련해 제공한 문건(예비문서와 편람)에서는 10가지를 제시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은 하느님 백성이 함께하는 여정에서 첫걸음에 해당한다.

교회의 삶이 하느님 나라, 또는 하느님 뜻을 이루기 위해 ‘함께하는 여정’이라고 한다면, 정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의 삶은 기본적으로 국민 행복과 국가 미래를 위해 함께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첫걸음이 되는 것이 ‘경청’이다. 야당은 정부 여당에 견제와 비판을 제대로 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경청해야 한다. 정부 여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지적에 경청하지 않으면 독선과 아집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이 ‘경청’이 우리의 정치 문화에서는 빠져 있다. 목소리가 크고 세(勢)가 크면 이긴다고 여긴다. 이래서는 절대로 정치 선진화가 이뤄질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의 출발은 ‘경청’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맹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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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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